담낭염 확인 후 대처 늦어 사망…의사 '5500만원' 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의료진 배상책임 인정…투약 지연 과실 인정
2022.08.08 05:20 댓글쓰기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내원했지만 담낭염 확인 후 12시간 뒤 항생제를 투여받아 결국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태진)은 최근 환자 A씨의 유가족이 B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에게 “총 5500만원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남성 환자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10일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의료기관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위아전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2019년 4월 7일 삼와부 통증을 호소하며 B의료기관 응급실에 내원 후 입원했다.


의료진은 이틀 뒤인 4월 9일 11시 50분경 A씨에 대한 복부 X-ray 검사를 실시하고, 오후 6시 20분경 CT 촬영을 시도했으나 A씨의 통증 호소로 오후 11시에 다시 진행됐다.


검사 결과, 기종성 담낭염과 신장 및 비장 부위의 허혈이 확인되자 의료진은 4월 10일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A씨는 수술 이후 패혈증 치료를 받다가 4월 13일 저녁 8시경 다장기기능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원고들은 A씨가 응급환자로 입원했음에도 B의료기관이 검사 및 진단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배우자에게 손해배상으로 약 4500만원, 자녀 두 명에게 각각 3050만원가량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A씨가 복통으로 응급실을 내원했는데 병원은 다음날인 4월 8일 어떠한 혈액검사나 X-ray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방치했다”며 “또한 A씨는 4월 9일 오전 9시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주치의가 10시경 X-ray 검사를 처방했음에도 검사는 11시 54분에나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X-ray 검사결과 기종성 담낭염에 의한 복막염 상태를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CT 검사를 같은 날 오후 11시경에야 실시하고 망인에 대하여 혈액검사 및 CRP 수치 검사를 지연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고들은 “9일 X-ray 촬영 결과를 통해 기종성담낭염 및 천공 의증이 확인된 즉시 항생제를 투약했어야 하는데 병원은 10일에서야 뒤늦게 투약했다”며 “적정한 진료를 하지 못할 정도로 환자 수가 많으면 인근 대학병원 등으로 전원했어야 하는데 적절한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 “담낭염, 늦어도 3시간 내 항생제 투약 필요…12시간 지연은 과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기관이 검사 내지 진단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법원은 “A씨는 응급실에 입원하면서 복부통증을 호소했는데 이는 위아전제술을 받았던 환자의 담즙역류에 의한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이 있는 경우 호소하는 증상으로 경증에 해당한다”며 “모든 복통이 CT 검사가 필요한 정도의 심각한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양상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한 의료기관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4월 8일 의료진이 총 8번에 걸쳐 A씨에 대한 임상관찰을 진행한 결과 호흡, 맥박, 체온이 안정되고 중증 증상을 보이지 않아 심각한 염증이 진행되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X-ray 촬영 후 약 12시간이 경과한 후 응급수술을 진행한 점 또한 일반적 의료관행에 비추어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의료기관이 항생제를 늦게 투약한 점은 인정하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4월 9일 X-ray 촬영 결과를 통해 담낭염에 의한 복막염을 의심할 수 있었는데 수술 전까지 진통제는 투약하면서 어떠한 항생제도 투약하지 않은 점은 병원 측 과실이 있다”며 “기종성 담낭염에 의한 복막염이 의심될 경우 늦어도 3시간 내 항생제가 투약돼야 하는데, 이 사건 병원 의료진은 약 12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항생제를 투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에 대해서는 고인의 나이와 건강상태, 위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위자료와 A씨의 장례비 등을 포함해 배우자는 2500만원, 자녀는 각 15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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