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거부권 불발 병원계 '아쉬움·답답함'
응급실 폭행방지 개정안에 미포함…"의료인 유일한 방어수단 누락"
2022.09.16 06:35 댓글쓰기



응급실 내 폭행 및 방화 등으로부터 의료진과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계가 꺼내든 ‘진료거부’ 카드가 정서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과도한 진료거부권 행사로 환자들의 치료기회 상실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부딪치며 입법으로는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국회에서는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총 3건의 의료기관 내 폭행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3건의 개정안 모두 병원계가 강력 주장했던 ‘진료거부’와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먼저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복지부장관이 3년마다 진료환경 안전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의료인 등 폭행죄를 범한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두 건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응급실 보안인력이 의료인과 응급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비봉, 가스분사기 사용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응급의료기금에서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운영에 관한 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폭행‧협박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가에 치료비 등을 대신 지급토록 청구할 수 있는 근거로 마련했다.


하지만 3개의 개정안 모두 병원계가 꺼내들었던 초강력 카드인 ‘진료거부’는 담기지 않았다.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응급의료 방해금지 행위를 인지한 경우 지방자치단체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를 의무화 한다는 게 전부였다.


앞서 병원계는 복지부, 경찰청, 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TF’의에 ‘진료 거부권’ 행사를 주장했다.


응급실 폭력은 의료진과 환자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중대범죄인 만큼 응급환자가 주취자이면서 폭력 발생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물론 진료거부권 행사 대상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증환자로 대상을 제한했다.


현행법상 의료진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동시에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응급의료를 거부한 경우 그보다 더 중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물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진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설과 인력 등이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의사가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환자가 치료방침에 불응하는 경우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특히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의료인에 대해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보건복지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제시한 예시로, 법률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병원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을 개정해 주취자이면서 폭력 위험이 있는 경우 응급실 출입을 제한하거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병원계는 이번 3건의 법률 개정안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의료진이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다른 대안이 제시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진료 거부권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진료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듯 하다”며 “환자생명을 담보로 의료인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가 결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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