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와 보건복지의료계 간 전선(戰線)이 확대되고 있다. 도화선이 된 간호법에서 일명 119법까지 논란이다.
17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119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119법 개정안은 "소방청장이 의료법 27조에도 불구하고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응급환자 소생을 위해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응급처치를 한 119구급대원이 민·형사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다는 게 취지다.
그러나 119법은 간호법과 마찬가지로 법안 발의 단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소방청이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한 과오를 무마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는 의혹 때문이다.
실제 소방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000여 명의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채용했고,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들은 현행법상 불법 소지가 있는 의료기관 밖 응급의료행위를 했다.
간호법 저지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소방청은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에 관한 법률상 의료기관 밖에서 응급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119법 개정안은 국회 행안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요 문구가 삭제되면서 당초 개정 취지와 동떨어진 법안이 됐다는 게 보건의료계측 지적이다.
의견 수렴 절차 없었고 간호인력 이탈 및 다른 영역군 업무 침탈 등 우려
서영교, 최춘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1조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의 응급처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주요 내용이 변경됐지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행안위는 개정안 변경과 관련해 입법당사자인 소방청 의견만 청취했을 뿐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측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할 만큼 개정안 주요 문구를 삭제한 '중대한 변경'이 발생했지만, 국회는 반드시 이행돼야 할 재검토 및 논의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기관에 의해 좌우돼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입법절차 원칙을 훼손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법안 제안 목적을 달성하고 한다면, 개정 과정에서 유관단체 및 시민사회 의견 수렴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타 의료관계법령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정안 취지가 왜곡되고 절차적 정당성도 부족한 119법 개정안이 간호인력의 의료기관 이탈을 가속화하고, 타 보건복지의료군 업무 영역 침탈 우려를 증폭한다는 게 보건복지의료연대측 주장이다.
단체는 "간호법을 비롯한 간호사들 영역 확대가 보건복지의료인력 간 협업 및 상생 가능성을 붕괴하고 있다"며 "간호사들의 의료기관 밖 유출로 필수의료 등에 필요한 간호인력 부족이 심각하지만, 의료관계법령 체계를 무너뜨리면서 특혜를 제공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응급처치 행위는 의사가 응급구조사에 위임된 고도의 의학적 행위에 속하는데, 전문성을 검증하지 못한 간호사가 구급대원이라는 이유로 더 상위 자격인 응급전문간호사마저 뛰어넘는 의학적 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며 "응급구조사 근무장소가 병원이라고 해서 간호사의 고유 업무인 '진료 보조'업무를 응급구조사에게 허용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