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인력확충 공언 정부, 속으론 구조조정"
양보혜 기자
2022.10.31 12:39 댓글쓰기

[수첩]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이란 명분으로 국립대병원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국립대병원들은 정부 눈치를 보며 앞다퉈 혁신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15개 국립대병원의 감축 인원은 423명에 달한다.


전북대병원 111명, 경북대병원 106명, 충북대병원 43명, 서울대병원 35명, 분당서울대병원 35명 등이다. 이중 다수가 코로나19 유행 대응에 투입했던 간호인력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헌신했지만 헌신짝처럼 내팽개 처지고 있다"며 공분을 터뜨리고 있다. 코로나에 독감까지 트윈데믹 우려가 큰 상황에서의 정부 선택이 과감한지 무모한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및 인력 감축 노력은 일면 필요하다. 국민 세금을 축내며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공기관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을 위시한 공공병원들은 결이 다르다. 이들을 다른 공공기관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의료는 다른 재화와 달리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교육, 국방, 소방처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이 제공 받아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란 의미다. 


특히 국립대병원들은 지방 거점병원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 기관들에 수익성, 효율성 등과 같은 성과 지표를 들이댈 경우 돈 되는 환자만 골라 봐야 한다.


정책 취지를 살리려면 의료기관은 다른 범주에서 경영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중증도 질환 진료 비율, 지역환자 진료 비율, 의료진 수 등과 같은 차별화된 지표가 필요하다.


게다가 윤 정부는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확충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필수 공공의료 확충은 아주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말했다.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필수의료가 주목받았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의료현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대병원은 만성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678명이 정원 대비 부족한 인력으로 집계됐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충원 및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거꾸로 인력을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영양실조 환자에게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채근하는 모양새다.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의료진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토사구팽하려  한다"며 "정부 방침대로라면 병원은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안에서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보건의료 분야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인력 감축은 단기적으로 효율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의료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의사, 간호사, 행정직 등 보건의료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교각살우'의 우(愚)를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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