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랑-바레 증후군 환자' 산소포화도 측정기 제거
병원 "회복기 조치" 항변…법원 "경과관찰 및 대처 소홀, 손해배상 책임" 판결
2022.11.21 08:00 댓글쓰기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던 환자가 호흡정지로 중증 사지마비 등을 앓게 된 사건에 대해 의료진에게 경과관찰 소홀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남성민)는 길랑-바레 증후군 치료 중 호흡정지로 중증 사지마비 및 의식장애를 앓게 된 A씨의 법정대리인이 B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5년 10월 동네 의원에서 독감예방접종을 받은 A씨는 접종 후 기침, 열, 두통 등이 발생하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인 사지 위약감까지 나타나자 같은 해 11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B병원 외래 진료 후 입원했다.


A씨는 입원 후 구음장애 및 배뇨장애, 양쪽 하지에 힘이 안 들어가며 얼굴 찡그림이 안 되는 등 마비 증상들을 호소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신경과와 협진을 진행해 뇌MRI 결과 ‘길랑-바레 증후군(GBS)’을 추정 진단했으며 확진을 위해 신경전도 검사 및 척추 천도 검사 등을 시행했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감염, 백신 등의 투여 또는 면역학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말초신경 손상 질환으로, 말초 신경세포에 대한 면역공격을 통해 신경부전을 일으킨다.


근력 약화 및 자율신경 손상으로 인한 혈압 및 맥박 변동, 배뇨장애 등이 나타나며, 환자의 30~40%는 합병증으로 신경마비로 인한 흡기성호흡곤란이 발생해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입원치료 중이던 11월 14일 1차 호흡정지 증상을 보였다. 이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통해 상황이 호전되자 18일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하고 일반 병동으로 전실 됐다.


또한 병원은 A씨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지 않고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등 호전 추세를 보이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제거했다.


하지만 1차 호흡정지 후에도 종종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A씨는 12월 24일 2차 호흡정지가 나타났고, 중환자실로 전실됐으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중증의 사지마비 및 의식장애를 앓게 됐다.


법원 “술기상 과실‧오진 없지만 경과관찰 및 후속 감별진단 소홀 과실”


A씨의 유가족은 B병원 의료진에게 ▲경과관찰 및 대처 소홀 ▲응급조치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의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의료진들은 환자가 종종 호흡곤란을 호소했음에도 그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해 2차 호흡정지에 이르게 했다”며 “또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관 내 삽관을 통한 산소공급을 지연하고 에피네프린을 즉시 공급하지 않는 등 응급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인한 합병증, 산소포화도 감시 및 호흡정지 시 심폐소생술 필요성 등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며 “산소포화도 지속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이를 거부해 환자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지도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료진이 의료 술기상 과실이나 오진 등은 없었지만, 경과관찰 및 후속 감별진단의 소홀히한 과실은 인정된다는 것이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차 호흡정지 이후 호흡곤란이 이어졌음에도 신경학적 증상인지, 호흡근, 구음근 위약으로 인한 질식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한 후속 감별진단이 없었다”며 “또한 그에 따른 산소포화도 감시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한 것은 의료상 과실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이전부터 독자적으로 호흡정지나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는 건강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유지됐다면 2차 호흡 정지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병원이 A씨의 호흡정지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증명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추청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응급처치 소홀 여부와 설명의무 등 위반 여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또한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면역글로불린을 투여 받은 환자는 효과가 저하되는 기간에 기존 증상이 악화되는 현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은 이를 간과해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상 과실을 인정해 5154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한다”고 판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