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에 교수들도 격분…정부 의료정책 '좌초' 위기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후폭풍 갈수록 거세, 의료계 직능‧직역 불문 '역대급 전운'
2023.02.21 06:25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료계에 역대급 전운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 결정을 이끌어낸 이후 직능과 직역을 불문하고 곳곳에서 성토가 이어지면서  심상찮은 사태로 비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


‘비상’, ‘긴급’ 등의 단어는 사태 시급성을, ‘투쟁’, ‘파업’ 등의 단어는 시국의 심각성을 시사하면서 대한민국 의료가 급격한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특히 개원의, 병원장, 대학병원 교수 등 전체 의사사회는 물론 한의사, 치과의사에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보건의료계 전체가 봉기(蜂起)할 태세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그리고 시급한 보건의료정책이 정상 작동하지 못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계 협조가 절실한 정부로써도 의료현안협의체 전면 중단 등 적잖은 후폭풍에 직면한 상황이다.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1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함께 전면적인 투쟁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야당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하고 존중받아야 할 의사면허를 난도질 하고 있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최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해결에 매진해야 할 국회가 2020년 의사파업 이후 의사 무시하기, 의사 길들이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국내 유수 대학병원 원장들은 의사 총파업 이후 3년 만에 공개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최근 시국에 대한 병원계의 반감 정서를 짐작케 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도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중소병원 역할이 배제된 것에 반발해 ‘지역응급의료기관’ 타이틀 무더기 반납을 예고했다.


이성규 중병협 회장은 “그동안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응급의료를 사수해 온 중소병원들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은 이번 대책에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고 힐난했다.


의료계와 병원계는 물론 치과계와 한의계도 일련의 사태에 반감을 드러냈다.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대한치과병원협회 4개 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외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등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의협, 비대위 전환…병협, 긴급 기자회견중소병원협, 응급의료 타이틀 반납 시사

醫-政 의료현안협의체, 보름 만에 전면 중단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공분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부와 국회의 의료계 옥죄기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정부와 의사단체가 올해 의대 정원 확충 등을 논의하기 위해 2년 만에 재가동한 의료현안협의체가 보름도 안 돼 다시 멈춰 섰고, 각종 논의 기구 활동도 전면 중단됐다.


가장 큰 진원지는 간호법과 의사면허법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과 의사면허법 등 7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계의 투쟁 시계는 가파르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간호법의 경우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만의 이익 실현을 위한 법으로, 전체 보건의료계 화합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기저에는 향후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난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보건의료연대는 “간호계는 초고령 사회에 간호사 역할 증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셈은 다른 직역의 업무영역을 침탈해 간호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의사면허법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의료관련 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금융사건 등 모든 범죄에서 의료인이 처벌될 소지는 지나치게 가혹하며, 과도한 징벌적 규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의사가 자동차 운전 중 과실로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아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한 의료계 인사는 “모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죄수의 추가 처벌을 다루는 듯한 태도는 의료인을 바라보는 국회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보여준다”고 맹비난했다. 


거대야당 입법 강행에 보건복지부도 냉가슴

필수의료 회생 등 병원계 정서 거스르는 정책도 비난 일색


사실 간호법과 의사면허법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에 냉가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 직회부 결정 전부터 “간호법은 현 의료법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인 만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직역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법이 통과되면 행정부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야당이 무리하게 간호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의료계 입장을 헤아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정부 정책도 병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대책이 대형병원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실제 지역에서 많은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육성 방안을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응급의료기관 410개 중 중소병원은 65%가 넘는 252곳을 운영 중이다. 제도권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응급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성규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오랜 세월 묵묵히 지역의료의 안전망을 담당해 온 중소병원을 홀대하는 정책에 박탈감을 느낀다”며 “터무니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힐난했다.


이처럼 국회와 정부가 의료계 정서에 반하는 법령과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면서 모든 직능과 직역이 일제히 투쟁모드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국회나 정부가 무리한 입법이나 정책 추진을 당장 멈추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맞딱트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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