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아이 아프면 부모 '안절부절'…걱정 '뚝'
달빛어린이병원, 주중 평일 밤 11~12시·휴일 오후 6시까지 진료
2023.03.02 05:39 댓글쓰기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늦은 밤 발을 동동 굴렀다. 오후 10시 갓 돌을 넘긴 아이가 갑자기 38도 고열로 끙끙 앓았기 때문이다.


A씨는 평소 알고 있던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생각났지만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고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감기 증상이 있던 다섯 살짜리 아이가 약을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장 응급실을 가야 할지,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동네 소아과 병원을 가야 할지 속이 타들어 갔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경험이다. 늦은 밤 갑자기 아이가 아파 급히 진료받으려 해도 야간진료를 하는 소아과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집 근처 응급실, 긴 대기시간에 더욱이 낯선 분위기에 아이들 위축 


평일엔 오후 7~8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시간을 맞춰 내원하기 쉽지 않고, 휴일에는 진료를 쉬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정이 이러하니 늦은 시각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집 근처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는데 긴 대기시간은 물론 응급실의 낯설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아이가 겁을 먹을까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응급실에 가려고 해도 응급실이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까지 원정을 가야 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부모들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아이를 진료하는 병원이 있다. 바로 ‘달빛어린이병원’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에는 밤 11~12시, 휴일에는 최소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을 말한다. 달빛어린이병원 인근에는 협력 약국도 운영되고 있어 약국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달빛어린이병원 마스코트 (좌)달리, (우)블리.

정부는 2014년 9월부터 공모를 통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선정하고, 야간이나 주말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병원이 없어 불편함을 겪던 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은 각 시·도가 담당하고 있으며,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달빛어린이병원 홍보와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달빛어린이병원 안내 홈페이지와 홍보 영상을 제작해 해당 지역의 주민에게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의료기관을 알리고,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돕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맘카페, 육아 애플리케이션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 광고를 게재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또 설문조사를 통해 체계적인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영유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과정을 운영해 응급상황 시 대응 매뉴얼도 제공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향후 소아 경증환자가 달빛어린이병원에 내원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사업대상 기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자 10명 중 9명 “진료 등 만족, 지인들에 추천”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이나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 당황한 경험이 있는 부모에게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 병원이다.


가장 큰 장점은 큰 병이 아니라도 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늦은 저녁 아이가 열이 날 때 응급실에 가야 할지 아니면 가정 내 응급처치 후 다음 날 동네 병원을 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달빛어린이병원은 굳이 응급실을 찾을 필요가 없는 소아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건강이 최우선이지만 응급실 진료비가 부담스러워 마음 편히 이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진료비 부담은 줄이면서 소아환자가 평일 야간 시간대나 휴일에도 신속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진료비는 평균 1만 3,000원으로 일반 응급실 3분의 1 수준이다.


짧은 대기시간과 응급실을 찾는 중환자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두려움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등 양육환경이 변화하면서 더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달빛어린이병원 이용자 조사결과보고서


실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진행한 달빛어린이병원 만족도 설문조사(2022.1~2022.2)에 따르면 응답자 186명 가운데 163명(88%)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자 중,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없는 지자체에 건의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84%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달빛어린이병원 재방문 의사가 있는지 질문의 응답은 93%(매우 그렇다 64%, 그렇다 29%)로 나타났다.


이어 달빛어린이병원을 추천할 의향에 관한 질문에는 91%(반드시 추천하겠다 45%, 추천하겠다 46%)로 나타나 달빛어린이병원 이용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달빛어린이병원 서비스 세부 항목별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친절도’는 4.53점으로 가장 높았다.


또 ‘운영시간’과 ‘전반적인 서비스’ 4.47점, ‘행정절차’ 4.45점, ‘의료진 충분한 설명’ 4.43점, ‘적절한 진료 및 처리’ 4.42점 순으로 조사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달빛어린이병원 이용자 조사결과보고서

달빛어린이병원은 2023년 1월 말 기준 12개 시도에서 34개소가 지정돼 운영 중이다. 


그중 경기도에서는 총 8개소가 지정돼 가장 많이 운영 중이며, 경남(5개소), 서울(4개소), 부산(3개소), 대전(3개소), 대구(2개소), 충북(1개소), 충남(2개소), 전북(2개소), 제주(2개소), 인천(1개소), 강원(1개소)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달빛어린이병원 참여를 확대할 유인책으로 제도 운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


먼저 인접한 여러 병·의원이 연합해 돌아가면서 야간과 휴일에 진료하는 경우 또는 주 7일 운영이 아닌 평일 주 3일 이상 혹은 휴일 포함 최소 주 2일 이상 운영 시에도 지정이 가능하다.


또한 1인 진료 의원도 달빛어린이병원을 신청할 수 있고, 소아 진료가 가능한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나 병·의원도 요건을 충족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은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관할 시·군·구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은 후 시·도에서 최종적으로 지정받으면 된다.


야간·휴일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가산도 이뤄지며, 지정된 의료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간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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