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불참한 의사 명단을 담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가 첫 공판에서 기소된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이용제 판사)은 22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사직 전공의 정모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정씨 측 변호인은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법률적 평가는 스토킹 범죄로 처벌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야 하고, 특정인을 통해 상대방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해야 한다"며 "또 지속성과 반복성이 있어야 하지만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특히 "범죄 일람표에 기재된 피해자가 1100명인데 485명은 개인정보 게시가 1~2회에 그치고, 44명은 3회에 불과하다"며 "개인정보 공개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 중 일부만이 불안감과 공포심, 압박감을 느꼈다고 진술할 뿐 나머지는 단순한 불쾌감을 얘기했다"며 "피해자 중 13명 정도는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씨 측은 1차 공판 후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피해자 명단 게시 외엔 피해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한 바 없고, 동료인 의사들에게도 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왜곡된 인식으로 동료 의사들을 비난받게 했다"며 "2차 가해와 또 다른 낙인찍기도 우려해야 한다"며 보석을 반대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치고 보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2월 13일 열린다.
한편, 정씨는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정보를 담은 명단을 만든 뒤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 1100여 명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목, 대학, 성명 등을 온라인에 총 26회에 걸쳐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