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뽑는 보궐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22일 의협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가진 오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3일 진행된 비대위원장 선거에서 그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당초 후보가 4명 출마해 결선투표가 실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과반 수를 확보한 것이다.
결선을 치르지 않고 의협 비대위원장에 당선된 사례는 거의 드물다. 탄핵된 임현택 전(前) 의협회장부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까지 두루 지지했다.
이에 내년 1월에 실시되는 차기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박형욱 비대위원장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박 위원장은 "의협 대의원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준 이유는 비대위가 차기 의협 회장 선거판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선거에는 불출마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초 의협 회장 선거 전 운영됐던 비대위에 차기 회장 후보들이 합류하면서 상당한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후보들 캠프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갈등이 있었고, 이런 부작용을 경험한 터라 비대위 운영과 회장 선거를 분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대의원들이 저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의원들 지지는 선거판 변질 우려감 반영된 결과"
이번 주 1차 회의를 마친 비대위는 다음 주 수요일인 27일 2차 회의를 갖는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비대위인 만큼 안건 선정이나 의결 내용에 의료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형욱 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처음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논의를 하며 느낀 것은 교수 사회보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조직력이 더 강하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수들은 자기 생각이 확고하다보니 의견을 조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데, 전공의나 의대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잘 움직이는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의료계 일각에서 내년 의대 모집 중지보단 미세조정이나 정시 선발인원 조정을 통해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미세조정이나 정시 선발인원 조정처럼 미시적인 접근이 더 어렵다"면서 "조정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어떤 대학 의대 정원을 조정할지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디어를 낸 분이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의대생 모집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어떻게 교육할지는 논의에서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에 관심이 없는 의대 증원 논의가 안타깝다"면서 "정부는 버티는 쪽이 이긴다고 보는 것 같은데, 국민도 의대생과 전공의들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속한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