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 품질 향상을 위해 디지털 품질 관리 시스템 도입은 이제 필수가 됐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용하면서 각자 운영방식에 맞춰 시스템을 변경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더 이상 최적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약 15~20년 전 디지털 혁신이 의약품 제조소에 도입되던 시절과는 달리 현재는 디지털 기술과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변화한 환경에서 의약품 제조소가 디지털 품질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데이터 '저장'에서 '활용'으로 변화한 가치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집에서 영화 한 편을 감상하려면 비디오테이프나 DVD를 준비하고 그에 따른 재생기기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수 많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 둘러싸인 현재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에서도 혁신이 일어났다.
영화 스토리, 출연 배우 그리고 감독 연출 등 콘텐츠 자체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지만 그 누구도 어떤 재생기기를 준비해야 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의약품 제조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품질 문서와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전환하던 디지털 혁신 초기 시절의 경우 의약품 제조 및 시험 과정에서 생성된 문서와 기록을 '잘 정리하고 보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종이 기록을 보관하던 방법과 문화를 디지털 보관소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Good Many Paper’라 부르며 방대한 양의 문서와 기록 자체에 의의를 둔 과거에는 많은 기록과 문서 자체가 좋은 품질을 의미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에는 잘 짜인 문서 계층 및 그에 따른 폴더 구조가 중요했고 문서를 빠르게 찾는 문서 번호가 강조됐다.
결국 시스템 경쟁력은 저장된 문서와 기록을 빠르게 잘 찾는 것이었고 공장마다 다른 계층 구조와 폴더 구조 문서를 잘 찾도록 사용자 맞춤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GMP에서 품질 데이터와 시스템 가치는 변했다. 품질 원본 데이터 보관과 품질 기록에 대한 중요성은 변함없지만 이제 잘 정리된 많은 데이터만으로는 좋은 품질을 의미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재생기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기록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에 대한 것보다 오히려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앞으로 품질을 예측하는 것이 시스템을 평가하는 훨씬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됐다.
데이터 활용 중심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필수요소 세 가지
품질 데이터 활용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스템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스템 운영이 의약품 제조소 핵심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시스템 담당자를 대신해 시스템을 운영해 줄 좋은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업체 선정 시 업체와 소통이 얼마나 원활한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둘째, 품질 데이터 표준화다. 품질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비교하면서 품질을 예측하는 것이다.
데이터 입력, 접수, 처리 등을 동일한 프로세스로 처리하면 데이터 비교와 분석이 쉽고 빨라진다.
세계 유수 제약 회사를 살펴보면 각기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전 세계 여러 공장에 단일 시스템과 동일한 품질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다.
또 표준작업절차서(SOP)를 나라별 언어로 번역해 일괄 배포한다. 결국 프로세스 단일화 및 표준화는 오늘날 보편화된 품질 운영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GMP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근래에는 국내 규정뿐만 아니라 수출국 규정,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도 모두 충족해야 한다. GMP 변경 범위가 더욱 커진 것이다.
게다가 규정 변경 주기 역시 과거에 비해 매우 빈번해졌다. 이에 시스템은 다변화하는 규정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 평가 지침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시스템을 자주 점검하라’는 내용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단순한 시스템 도입 넘어 시스템 가치 이해
GMP에서 시스템 도입과 구축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업무 수행 방식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품질 리스크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시스템 도입 시 기존 업무 방식 또는 절차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디오테이프 또는 DVD로 영화를 감상하던 당시에는 이러한 접근 방법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품질 데이터와 시스템 가치는 변화했다. 아무리 잘 구축한 시스템도 2년 이상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GMP 환경 변화 속도는 빨라졌다.
또한 CSV라는 규제로 시스템 변경 관리 자체도 타 산업에 비해 어렵고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를 준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시스템은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의약품 제조소에서 근무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완전성이 보장된 디지털 데이터뿐이다.
품질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하고 필요시 시스템 변경을 통해 적절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GMP 시스템 역할과 가치다.
오늘날 워드나 엑셀 없이 디지털 문서 작성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머지않아 실시간 품질 데이터 없이는 GMP 업무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GMP에서 디지털 혁신은 단순한 시스템 도입을 넘어서 변화하는 품질 데이터와 시스템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