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간 의료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때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아도 미래 의료수요를 충족한다는 경제학자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을 비롯해 의료계에서 관련 논문을 발표한 경우는 있었지만, 타 분야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의료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의사 수 예측모델(A Model for Projecting the Number of Doctors in South Korea)'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정책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의사가 1만 여명 부족해 올해부터 5년간 2000명씩 증원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OECD 통계를 활용해 현재 의료서비스 수요와 공급 양과 질을 확인한 결과,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OECD 평균보다 적지만 높은 노동 생산성‧질(質) 높은 의료서비스 결합돼 부족하지 않아"
김세직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보다 적지만 높은 노동 생산성과 질(質) 높은 의료서비스가 결합돼 현재 의사 부족에 직면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사 인력보단 의료장비에 크게 의존하는 자본 집약적 생산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채택하면 의사 1인당 의료서비스 생산량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검토하고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현재 심각한 의사 부족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의료공급 증가율 연평균 3.2%>의료수요 증가율 1.3~19%"
특히 이번 연구는 의료서비스를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나눠 향후 10년 성장률을 비교, 분석했다.
수요 분야에선, 미래 의료서비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급격한 고령인구 증가와 전체 인구의 현저한 감소라는 통계청 전망을 사용했다.
그 결과, 미래 인구통계학적 예측을 바탕으로 의료수요는 10년 동안 매년 1.7%씩 증가하고 노인과 노인이 아닌 인구집단 의료수요 연간 성장률은 1.3~1.9%라고 내다봤다.
공급 측면에선 기술, 자본, 노동 3대 요소를 기반으로 변화를 추정했다.
이중 노동의 경우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고정된 상태에서, 근무기간 연장으로 현역 의사 수는 연간 평균 2670명씩 늘었다.
그러나 2010~2020년 의사 수 증가세가 점차 하락하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면, 앞으로 10년간 의사 수 성장률은 연간 1.8% 정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