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의사가 자기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한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치과의사 김씨가 탈모 치료제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스스로 복용했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했다.
김씨는 지난 2020년 탈모 치료제(아보다트연질캡슐 0.5mg, 아보다칸정 0.5mg) 총 26박스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스스로 복용했다.
보건당국은 치과의사가 치과 진료와 무관한 전문의약품을 사용한 것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라고 판단했고, 2021년 5월 경찰에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9월 30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의사가 본인에게 행한 치료행위가 형사처벌 대상?
그러나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의사가 자기 자신에게 행한 치료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헌재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는 공중보건에 위해(危害)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인용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의료법상 처벌받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타인에게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없고, 단순히 자신이 복용하기 위해 약을 구매한 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중보건에 해(害)를 끼쳤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헌재는 또 검찰이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김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법리 오해 및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김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헌재는 전원 일치로 검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탈모 치료제 '셀프 처방'과 관련해 최근 헌재와 법원이 동일한 취지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헌재는 지난해 9월에도 탈모 치료제를 스스로 처방해 복용한 다른 치과의사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바 있다.
금년 4월에는 대구지방법원에서도 탈모 치료제 셀프 처방으로 기소된 치과의사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처럼 탈모치료제 셀프 처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향후 관련 사건에서 유사한 법적 판단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