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중앙일보는 3월 4일자 신문에서 한 면 전체를 사설로 할애해 전공의 이탈, 의료 공백 심화,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 장기화 등의 문제를 통계와 함께 조명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시작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1년 넘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새 학기를 맞았다.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며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지만 여기에 반발한 전공의는 수련병원을 이탈했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에 나섰다"고 짚었다.
이어 "그 결과 올해 1월 발표된 의사 국가시험의 합격자는 269명으로 지난해 3045명의 8.8% 수준에 그쳤다"면서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도 지난해 2727명에서 올해 509명으로 급감했다"며 의료 인력 부족의 현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특히 사설에서는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강조하며 "중증 환자를 보는 대형병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평소 같으면 살 수 있었던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2~7월의 초과 사망자만 3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이번 사설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국민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앙일보가 사설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하고, 여러 통계를 활용해 논지를 전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 사설은 한 면의 일부에 배치되거나, 짧은 논평 형식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빅5 병원 의사 수 감소, 전공의 출근율, 장기이식 및 암·뇌 수술 건수 변화 등 다수의 통계를 동반하며 사설을 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현재 의료계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앙일보는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현실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 이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내년도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입학한 24학번 의대생 3058명은 입학만 했을 뿐이지 거의 교육을 받지 않았다. 여기에 25학번 신입생 4567명까지 있다. 7600명 넘는 학생을 한꺼번에 교육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 교육을 대충대충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의대 정원을 단순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설은 단순히 의료계의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도 의료계에도 대화를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사단체들은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동결하면 의사들도 전향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앙일보의 이례적인 사설 편집 방식은 의정 갈등이 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와 의료계가 극단적인 대립에서 벗어나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의료공백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