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사고안전망 강화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환자단체와 의료계, 법조계 간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의료사고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 과장(의료사고안전망전문위원회 간사)은 정부의 중점 추진 계획을 소개했다.
위원회 신설해서 수사 당국에 기소 자제 등 입장 권고…검경, 존중 분위기 조성
가칭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신설해 의학적 감정에 따른 필수의료 및 중대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최대 150일 이내 신속 심의해 수사 당국에 기소 자제 등을 권고한다는 구상이다.
중대한 과실 중심 형사 기소 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 이 위원회의 기소자제 권고가 있을 시 수사당국은 이를 존중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정부 계획에 대해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위원회가 불기소 처분을 늘리도록 하는 방향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의료사고 피해자 권리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고위험·필수의료 사고의 무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로 한정하고, 단순 과실까지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이사 주장이다.
이은영 이사는 “의정갈등으로 전공의가 떠나 환자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특례를 도입하는 건 국민 정서상으로도 맞지 않다”며 “환자가 형사고소 없이도 울분을 해소하고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평균 의사 기소 건수는 30~40건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의료계 주장(연간 700~800건)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특례 도입 논리가 힘을 잃는다”고 밝혔다.
이성순 교수 "의사들 수사기관 불려가 조사받는거 부담 엄청 크다"
그러나 중환자를 돌보는 이성순 인제대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의료소송 통계는 검찰에서 확인 가능한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된 건수 중 직업이 의사인 사례인데 이 경우 연간 700~800건이다. 30~40건은 확정 판결이 내려지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배상은 민간이 아닌 국가가 하는 게 맞다. 의사들도 현장에서 사고가 생겼을 때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며 “극단적인 일부 예를 들어 의사들 사과와 소통까지 법으로 만드는 건 과잉입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경찰서에 불려가 피의자로 4~5시간씩 조사받고,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부담은 상당히 크다”며 “위원회가 이를 걸러주면 불필요한 사법절차가 줄어들고 환자들도 더 빠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의사 형사특례 면제를 위한 정책의 전제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도 나왔다.
유현정 나음 법률사무소 대표는 “의료사고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데, 실제 손해배상소송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사 과실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을 때 환자가 피해를 떠안는 즉, ‘회색지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됐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디지털융합학과 교수)은 “배상 및 기소책임 면제가 늘면 보험사기도 증가할 것”이라며 “환자가 의사를 상대하기도 어려운데 대형보험사와도 다퉈야 하느냐. 회색지대에 대한 공적배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보다는 있는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 있는 보험사, 의료배상공제조합에 의료인들이 많이 가입하게 유도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