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업무범위에 굴절검사를 규정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의료계와 안경사 단체가 충돌하고 있다.
의료계는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안경사협회는 "기존 수행 업무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곡해하지 말라"며 맞불을 놨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대한안경사협회는 '의료기사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의원실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금년 2월말 발의됐으며 안경사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게 골자다.
안경 등의 판매까지만 규정돼 있는 현행법 개정해서 업무범위 확대
안경 등의 판매까지만 규정돼 있는 현행법을 손봐 안경·콘택트렌즈 관리 업무와 안경·콘택트렌즈 도수 조정을 위한 굴절검사 업무를 명시한다는 취지다.
현행 의료기사법 시행령에서는 안경사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굴절검사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약제를 사용하는 자각적(주관적) 굴절검사 ▲약제를 사용하는 타각적(객관적) 굴절검사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타각적 굴절검사 모두 불가하다.
"굴절검사가 안경사 업무로 해석될 여지 있는 등 국민건강 위협"
앞서 대한의사협회·대한안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개정안에 대해 "굴절검사가 의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타각적 굴절검사까지 안경사가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의협은 이달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안경사 행위에 제한을 두는 건 안경사의 굴절검사가 의료행위에 해당해 의료인의 진료·처방 없이 수행할 경우 환자 안전에 위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안경사 주 업무로 굴절검사를 두면 타각적 굴절검사까지 업무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전문가단체와의 합의나 사회적 논의 없이 특정 직역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과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관리'와 '등'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추가해 업무범위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법안 취지와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과의사회는 "다른 직역과 다르게 단독으로 업무범위를 정하겠다는 건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고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행위 추가 아니고 불법 굴절검사는 어차피 불가"
반면 개정안을 지지하는 안경사협회는 이에 대한 반박을 내놨다. 안경사협회는 "새로운 행위를 추가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협회는 "안경사는 합법적으로 국가면허를 가진 전문가"라며 "안경·콘택트렌즈 도수 조정을 위한 굴절검사는 합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은 기존에 수행해 온 업무를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법률에 굴절검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시행령에서 세부 규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타각적 굴절검사까지 끌어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협회 입장이다.
협회는 "개정안이 통과해도 시행령에 안경사 업무범위가 규정돼 있고, 법을 위반한 타각적 굴절검사 및 의료행위 수행은 불가능하다"고 피력했다.
협회는 의료계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일침도 가했다. 협회는 "많은 국민이 안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곳에 살거나 시간이 없어 안경원에서 굴절검사를 받고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맞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의협과 안과의사회는 국민의 현실적인 필요를 외면하고 과장된 주장으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안경사 역할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정춘숙 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경사 업무에 굴절검사를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됐으며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