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 침해는 물론 법적 하자도 있다"며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김유영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사진]은 23일 의료정책연구원이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인 그는 "정부는 전공의 미래를 담보로 겁박했다"며 "헌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자유를 유린하고, 의료시스템 전반의 지속 가능성까지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남발한 업무개시명령으로 젊은 의사들은 '국가는 의사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가', '의사도 국민이긴 한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비대위원은 "헌법적인 가치에 어긋나고, 의료 현실을 왜곡하며 국가가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이 행정명령"이라면서 "업무개시명령은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상위법인 헌법과 정면 충돌하는 의료법 문제"
특히 정부 업무개시명령은 의료법이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행정명령 시행에 앞서 사직 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등 행정절차법상 요구되는 절차마저 미흡하다는 것이다.
김유영 비대위원은 "의료법과 상위법인 헌법과 정면 충돌한다는 점에서 폐기돼야 한다"며 "게다가 사전 고지나 의견 청취 없이 개별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내려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출산 휴가 중인 전공의에게도 명령이 내려졌다. 회사를 관둔 사람에게 다시 출근해 일하라는 나라가 어딨냐"며 "의사를 국가가 일하라고 하면 하는 '인프라'로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절차적 공정성과 견제가 결여돼 있다"며 "행정권은 견제돼야 하고,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남용을 막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용범 오킴스 대표변호사도 "화물자동차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며, 업무개시명령 기간은 30일 이내로 제한된다"며 의료법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업무개시명령 폐지를 촉구했다. 이 같은 제도가 의사들의 윤리적 주체성 및 전문가로서 사명감과 자율성을 위축시켜 의료시스템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김 비대위원은 "이대로는 의료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면서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방적 희생이나 복종을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는 사명감과 책임감의 불씨는 타오를 수 없다. 의료전문가들을 존중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협력적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업무개시명령 폐지는 의사 권리 보호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건강한 의료시스템을 지켜내는 길"이라며 "강제 노동이 아닌 소신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원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