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학과 정원 자율화 조치 이후 전국 대학에 학과 개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의 질(質) 관리를 위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실 학과 난립 우려를 불식시키고 양질의 학사과정 운영을 위해 별도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유관단체들의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23년 인력 부족 이유로 각 대학에 응급구조학과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원래 응급구조학과 정원은 '대학 자율'이 아닌 교수협의회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협의해 통제돼 왔지만 교육부의 결정으로 응급구조학과는 학과 개선 제한에서 자유로워졌다.
의료계와 교육계는 ‘학과 개설 난립’과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전국응급구조학과교수협의회가 일제히 입학정원 자율화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지만 교육부는 예정대로 강행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원 자율화’ 이후 응급의학과 설치 대학 숫자가 기존 39개에서 73개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교육에 필요한 실습장비조차 갖추지 않고 막무가내로 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특히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부실대학의 경우 오롯이 학생 충원을 위해 응급구조학과 개설을 추진하거나 기존 대학들 역시 충원율이 높은 응급구조학과 정원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의료인력 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나섰다. 교육부의 ‘정원 자율화’를 번복하기 어려운 만큼 진입장벽을 높이고 지정을 통해 옥석을 가린다는 복안이다.
실제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 지정기준을 설정하고 해당 기준을 충족한 대학 졸업자에 한해 1급 응급구조사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아울러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으로 지정된 학교의 명단을 공개하고, 해당 대학들은 지정 여부를 홈페이지에 공지함으로써 학생들의 예상치 못한 피해를 방지토록 했다.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학생 20명당 1명 이상의 교원 확보 △복지부장관 고시 비율 이상의 전임교원 확보 △전임교원 중 1급 응급구조사 자격 또는 의사면허 소지가 일정 비율 이상 확보 △실습 가능한 조교 1인 이상 확보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장비의 경우 △구급차 또는 구급차 모형 1개 이상 △중증도 분류 훈련 세트 1개 이상 △다수사상자 도상 훈련키트 15명 당 1세트 △교육용 자동제세동기 3명 당 1개 등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교육시설로는 학년별 전용 강의실을 1개 이상 두고, △기본인명소생술 △전문외상처치술(ATLS) △전문심장소생술(ACLS) 교육이 가능한 실습실도 갖춰여 한다.
아울러 1급 응급구조사 양성대학으로 지정됐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지정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지정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되지 못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원 자율화 이후 응급구조학과 개설이 급증하면서 응급구조사 양성 교육의 질 하락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1급 양성기관 지정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