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시스템’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결국 공포됐다.
의사 또는 치과의사와 약사 간 원활한 소통 편의 제공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 보건복지부 설명이다. 이번 개정 시행규칙은 부칙에 따라 2026년 2월 2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무시하고, 의학적 판단에 따른 환자 맞춤형 진료를 심각히 저해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약사법 제27조는 처방전 의약품과 성분, 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에 대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로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된 품목 등 일부에 대해선 사후통보를 원칙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다만 사후 통보방식은 주된 통신수단인 전화, 팩스 등으로만 규정됐다. 따라서 약사와 의사 또는 치과의사 간의 소통에 제한이 있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개정안은 기존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인 전화, 팩스 외에 의료인들이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약사법 시행규칙은 환자 안전과 의료체계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깊은 유감과 함께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동일 주성분 의약품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제형, 흡수율, 약물 방출 속도 등이 달라 만성질환자나 다약제 복용 환자에게는 효과 및 부작용 발생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무시한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상위법 체계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약사법 제27조 제4항은 통보 대상자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로 규정하고, 통보 방식만을 시행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다.
의사협회는 “그럼에도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심평원이라는 제3자를 통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위법 위임 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심평원을 통보 대상으로 포함시키려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보류된 바 있다. 하위법 개정만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는 “플랫폼처럼 구축해놓고 요양기관 업무 포털 컴퓨터 통신 아래 의사와 약사간 서로 공유하기 위한 조치로 건강심사평가원이 검열, 지원하는 등 정부 개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시행규칙이 개정안 입법예고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약사법 개정안과는 서로 다른 내용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약무정책과는 “약사법 개정안은 엄밀히 말해 약사가 대제조제를 하고 나서 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에서 의사에게 통보하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복지부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금처럼 현행법에서 약사가 의사한테 통보할 수 있게 된 부분 중 수단 하나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아예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