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의사들이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게 쓰디쓴 현실과 다른 진로의 희망을 전했다.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주최한 '2025 젊은의사포럼'이 열렸다.
이날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이낙준 작가(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원작자)가 연자로 나서 후배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정치적 셈법으로 권역외상센터 늘리고 책임 안지는 정치권"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1호 제자로 꼽히는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외상센터 현실을 설명하며 "후배들에게 쉽게 추천하지 못하겠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올해 타 권역에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온 전원 문의는 143건이나 된다. 그러나 실제 수용한 사례는 47건에 그쳤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응급실 뺑뺑이' 책임에서 근거 없이 권역외상센터를 늘려놓고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정치권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 센터장 주장이다.
그는 "당초 인구를 반영해 외상센터 6개를 설치하고 전국 중증외상환자를 수용하기로 했는데, 정치권 입김으로 전국 17개로 바뀌었다"며 "근거 없이 셈법에 따라 늘려놓고 의료계에 화살을 겨누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응급실 뺑뺑이 관련 상황을 '솔로몬의 지혜'에서 두 여인이 한 아기 소유권을 주장하며 재판장을 찾아 온 이야기에 비유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라는 아기 어머니가 의료계인지, 정치권인지 씨름을 하던 중에 결국 아기는 반으로 갈려 죽어버렸다"며 "정부가 어머니가 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정갈등 이후 응급실 뺑뺑이 해소 실행계획을 발표해 관련 계획을 다 짜고 있는데 정부가 계엄 후 아무 것도 안하고 지시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정치권이 대통령 선거 공약에 하나라도 이를 넣는다면 잘 생각해보라. 아닌 것 같으면 한국을 떠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쓰린 심정을 드러냈다.
'중증외상센터' 원작자 이낙준 작가 "꼭 전문의를 따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젊은 의사들이 진료실 밖으로 나와도 새로운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응원도 이어졌다.
세 개의 직업을 갖게 된 이낙준 작가(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의사는 너무 힘든 직업이지만, 진료실 밖으로 나오면 괜찮은 직업"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원작인 동명의 웹소설 작가이자 구독자 137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닥터프렌즈' 운영자다. 현재 'AI 닥터', '검은 머리 영국 의사' 등의 웹소설을 연재 중이다.
이 작가는 웹소설로 작가 꿈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전 학창시절 복싱에 도전했던 경험, 웹툰 보기를 취미 삼았던 의대 재학 시절, 의사로 일하며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등을 소개했다.
그는 "교수님에게 혼난 일, 진료하며 겪은 충격적인 일 등을 기록해 일상 웹툰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외장하드에 기록했다"면서 "영상, 그림, 글 중 고민을 이어가다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연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장 의대생, 전공의들은 이 작가 행보에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쏟아냈다. 핸드폰 기종, 추천하는 웹소설 작품, 그간의 공부와 수련이 아깝지 않았는지, 작가로 전향하면서 고려한 요소, 현실 고증의 비법 등을 물었다.
이 작가는 "꼭 전문의를 따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인내하고 당장 하고싶은 걸 유예하는 삶이 의사 삶이지만, 진료실을 나오는 것도 괜찮다.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