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전환 6개월…"체질 개선 아닌 구조조정"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빈자리 'PA 대체'…진료지원간호사 '업무범위' 논란
2025.05.26 18:06 댓글쓰기

[기획 中] 지난해 10월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6개월을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중증 수술이 35% 증가하고,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 진료체계가 본격화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는 단순한 ‘진료 비중’ 변화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장기적인 체질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공의 공백을 진료지원간호사로 채우는 인력 재편이 전공의 업무 완화와 전문의 공급 절벽 상황 속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로 나타날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중증 수술 35% 증가…진료체계 ‘전환’ 수치 공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된 중증수술은 2024년 9월 2만8000건에서 12월 3만7000건으로 35% 증가했다. 입원환자 진료비는 25%, 환자 수는 16% 늘었다.


구조전환 초기 ‘비상진료기간’에 감소했던 진료량이 중증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뇌동맥류, 암 등 고난도 수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진정한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시작한 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진료 건수가 늘었다고 해서 ‘중증환자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이 완결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중증 진료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와 인력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장기적인 변화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진료지원간호사 전면 배치…전공의 자리는 어디


데일리메디가 상급종합병원 47곳이 복지부에 제출한 구조전환 이행계획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전공의 진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진료지원간호사를 대거 배치한 사례가 절반 이상이었다.


실제로 병상 축소로 발생한 유휴 간호 인력을 중환자실, 수술실, 외래 등으로 재배치하고, 간호사에게 채혈·상처 처치 등 기존 전공의 업무 일부를 넘기는 방식이 다수 도입됐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전공의는 줄고 간호사만 늘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원칙은 재배치이지만, 실상은 간호사로의 전공의 대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이나 수련 구조 개편보다는 ‘업무 분산’에 방점을 둔 구조조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일부 병원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재설계하고 진료과별 팀체계로 전환하면서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진료지원 인력을 약 1만7000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간호계는 4만 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주당 근무시간은 72시간, 연속 근무시간은 24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들이 전문의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간호사 중심의 구조전환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패스트트랙·전문 의뢰 확산…배후 인프라 변화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전문의뢰는 3개월 만에 8배(859건 → 7076건), 전문회송도 4배 증가(4565건 → 1만8923건)했다.


전국 41개 병원에 패스트트랙이 구축돼 급성 백혈병 환자가 하루 만에 진료 후 입원하고, 뇌동맥류 환자가 사흘 만에 수술받는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빠른 진료 시스템이 환자 안전, 병원 간 연계, 진단 정확도 등을 모두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회송 후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상급종병이 다시 진료할 경우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지표도 도입됐지만, 병원 간의 연계가 미흡할 경우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입원서비스 질 개선’을 이유로 5인실 이상 병상을 대폭 줄이고, 대신 2~4인실 병상은 61.5% 증가, 중환자실은 112병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인프라 변화로 해석된다.


수가 인상·정부 지원금 확대…병원계, 지원 종료 후 ‘우려’


정부는 구조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간 3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중환자실 및 중증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은 물론, 진료협력병원 320개소와의 연계 기반 구축, 705명 규모의 협력전담 인력 채용도 병행 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향후 재정 지원이 종료되면 전문의 확보 여부에 따라 병원들의 생존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을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역 2차 병원 구조전환을 위한 ‘포괄 2차병원 지원사업’도 시작된다.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의료질 평가 강화, 진료군 분류체계 개선 등도 함께 예고돼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공의 수련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간호사에게 과도한 진료 책임이 전가되지는 않는지, 지역병원들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간호계에서는 간호사들의 1인당 담당환자 수 증가와 과도하게 확장된 업무 범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전공의와의 업무 경계 문제 등도 불만 요소다.


복지부는 현재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에 따라 허용됐던 54개 행위를 45개로 통합·조정했다.


45개 업무 항목에는 ▲중증환자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 ▲비위관 및 배액관 삽입·교체·제거 ▲수술 부위 드레싱 ▲수술·시술 및 검사·치료 동의서·진단서 초안 작성 ▲수술 관련 침습적 지원·보조 ▲동맥혈 천자 ▲피부 봉합 ▲골수·복수 천자 ▲분만 과정 중 내진 ▲흉관 삽입 및 흉수천자 보조 ▲인공심폐기 및 인공심폐보조장비 준비 및 운영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 사안은 의료계 반발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수치로 보이는 변화는 분명하지만 진짜 구조 전환은 단순히 ‘병상이 줄고’, ‘수가가 인상되고’, ‘간호사가 늘었다’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안전, 의료인력 노동 강도, 수련의 질, 지역의료 연계가 조화를 이루는지가 향후 구조전환 성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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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5.27 09:16
    2023년 9월 2만8000건에서 12월 3만7000건으로 35% 증가했다.



    구조전환은 2024년 시행됐는데 23년도 자료가 왜 나오죠? 기사가 좀 뒤죽박죽..
  • 조재민 05.27 09:30
    2024년 자료입니다. 오타 확인 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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