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료계와의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국민 여론을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의료정책을 전면 뒤집는 방식을 취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대신 국민 중심 의료개혁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대란 해결 방안 핵심은 '국민 참여형 공론화위원회' 통한 사회적 합의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사진]은 지난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모두 부정하고 뒤엎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매우 소모적인 일"이라며 의료계 일각의 '원점 재검토'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이어 "5월에 진행된 전공의 추가모집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굉장히 큰 상황에서 이보다 더한 부분을 들어주는 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특혜로 비춰질 것"이라며 "어디가 집권하든 원점 재검토 결정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현실적인 접근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의료대란 해결 방안 핵심은 '국민 참여형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합의다.
조 위원은 의정갈등의 해법으로 "국민이 함께하는 공론화위원회 구조로 논의를 통해서 사회적 이행력을 담보해 내겠다"며 "의료계와 정부만 맡겨서 해결 안 된다는 것은 본인들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민주당은 국민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개혁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향은 민주당의 보건의료 대선 공약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민주당은 공약에서 '국민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정성과 투명성, 전문성을 확보하는 의료정책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의료개혁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환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체계적 정책을 확립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다만 의대 정원 산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의료인력 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를 전문가 중심 구조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 위원은 "현 의대 증원 정책의 문제는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아주 비밀스럽고 비공개적으로 모여서 정치적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라며 "의사결정 구조가 잘못됐고 전문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았다는 것에 국민들도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계위는 명확하게 전문가 위원회"라며 "추계위에서 영역별, 지역별로 면밀하게 따져서 낸 결론은 향후 의료정책의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병원 확충보다 기존 공공병원 증축에 기능 보강 등 '우선'
공공의료 정책과 관련해 민주당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공약을 통해 '필수의료 제공 의료기관에 가산 수가를 적용하고,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며 국가의 책임 강화를 명확히했다.
조 위원도 "공공은 흑자를 내는 목적으로 설립된 병원이 아니다. 필요한 일을 하면서 발생한 적자라고 한다면 그것은 나라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것보다 현재 운영되는 공공병원을 적정 규모로 증축하고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내세운 '공공의료 사관학교'에 대해서는 "공공의대보다 선발, 교육, 양성 후 배치와 관리까지 통합해서 운영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개념을 바꾸고 영역 프레임을 더 확장한 것"이라며 "의료계에서도 공공의대보다는 반발이 훨씬 적다"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 등 의료 환경 변화와 관련한 정책도 밝혔다. 민주당은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공적 전자처방 전송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 편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 위원은 "비대면 진료의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시범사업을 재검토하며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약 접근성 확대하면서 구약(舊藥) 퇴출 재평가 방안 강화"
이날 간담회에서 조 위원은 민주당의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방안도 별도로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공약이 '성장'과 '혁신'을 중시하고 있으며,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좀 더 과감하거나 혁신성을 지향하는 부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막연한 투자가 아니라 성과가 지표화돼 사회에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명확히 해서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이해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약품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국산화나 자급화 부분에 투자하고, 원료 단계부터 자급률을 높일 것"이라며 "원료를 사용한 완제품 의약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공위탁생산과 유통체계 구축을 통해 필수의약품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위원은 "신약 건강보험 급여화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구약(舊藥) 재평가를 강화해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구약의 퇴출이 발생해야 한다"며 "오래된 약이나 효과가 모호해진 약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새로운 신약이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도 "제네릭 역할이 분명히 있지만, 현 국내 상황상 제네릭만으로 제약 산업을 이끌어가게 되면 양극화가 과열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진출과 신약 개발을 촉진하면서 공평한 제도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제네릭에만 의존해서 생존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정리할 것은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위원은 마지막으로 "공약 초안보다 최종안에서 양이 다소 줄었다. 가능하면 국민 관심만 유발할 공약의 유혹을 버리고 실현 가능한 약속에 방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공약들이 국민 중심 합의를 이끌어내고 의료계 갈등을 해소하는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 공약이 실제로 정책으로 구현될지, 또 의료계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