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수련 포기 세대' 현실화
이달 30일 추가모집 지원율 저조…주요 대학병원 대부분 '정원 미달'
2025.05.31 06:38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지난 30일 전국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추가모집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끝내 기대치를 밑돌았다. 


정부의 반복된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모집 정원의 10% 안팎에 그치며, 수련과 수련기관 자체를 회피하는 이른바 ‘수련 포기 세대’의 현실을 드러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수련병원은 당초보다 모집 기간을 연장해 막판 반전을 꾀했지만 결과는 저조했다. 


일례로 세브란스병원은 총 708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연장 기간을 포함해 70명 수준에 그쳤고, 또 다른 빅5 병원 역시 접수 기한을 늘렸음에도 최종 지원자는 30명 선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쳐 100여 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2명에 그쳤다.


지방 수련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주대병원은 79명 정원에 12명(15.2%)이 지원했고, 충북대병원은 90명 모집에 한 자릿수 지원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전국 다수 병원에서 전공의 충원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이번 추가모집이 복귀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였을 뿐 강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 방침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 복귀 저조 원인을 단순한 제도적 모호성이나 유인책 부족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정권 불신에서 찾고 있다. 


실제 정부는 이번 모집을 통해 복귀한 전공의들의 수련기간을 최대 3개월 단축한다고 발표하는 등 혜택을 제시했지만 전공의들의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현 정부의 의료정책 및 수습 과정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7월 이후 정권 교체를 계기로 의료정책 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 속에 복귀를 미루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복귀 결정을 미루거나 수련을 포기하는 젊은 의사들의 태도는 한 세대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들을 ‘수련 포기 세대’로 규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성을 쌓기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졌던 수련이 최근에는 일부 젊은 의사들에게 ‘비효율적인 노동’ 또는 ‘불확실한 희생’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 대신 개원의 진로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사직 또는 임용포기 전공의 8791명 중 5399명(61.4%)이 이미 재취업했고, 이 중 약 60%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젊은 의사들의 이런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진료 공백, 장기적으로는 전문의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수련 포기는 중환자실,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이미 위기에 처한 진료과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전공의 당사자뿐 아니라 의대생들까지도 집단적으로 수련 기피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의대생들은 교육부와의 갈등 이후 '차기 정권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여전히 강의실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는지, 정치적 환경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지켜본 뒤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셈이다. 그 사이 의료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결국 수련의 기피는 개인 선택을 넘어 보건의료 체계 기반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수련병원 간 협력체계 확대, 유연한 수련 일정 조정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의료계에서는 "단기적인 유인책보다는 신뢰 회복을 위한 수련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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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살이 06.01 10:31
    의사를 탓하기 전에, 왜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가 먼저 되돌아봐야 합니다.
  • 말하는돌 06.01 10:30
    전공의가 없는 게 문제라면, 왜 그들이 떠났는지를 먼저 봐야죠. 제도부터 바꾸고 신뢰부터 회복하세요. 인센티브만으론 돌아오지 않아요.
  • 의료 06.01 07:37
    현재 전공의들 모두 자아비대 금쪽이들이다.

    이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시간이다.

    9월 모집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미필자는 더더욱 모집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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