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에 이은 2차 병원 구조전환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정작 대상기관인 종합병원과 중소병원들 고민은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2차 병원들을 위한 굵직한 지원 정책들이 갑작스레 쏟아져 나오면서 병원 운영에 더 도움이 되는 사업을 골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관련 정책들 모두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되는 만큼 원칙적으로 중복 가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탓에 병원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에 따라 마련된 지역병원 지원 정책은 크게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 △필수특화 기능지원 △외과계 병원 응급복부수술 지원사업 등 3개다.
문제는 이들 정책이 지역병원 활성화 및 필수의료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내용이 중첩되는 영역이 많고, 대상기관 선정 시점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먼저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포괄적 진료역량을 갖추고 응급의료 등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 종합병원을 발굴·육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원 사업을 통해 종합병원의 기능을 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원사업 기간은 올해 7월부터 2028년까지 총 3년이고, 의료기관들은 연 단위로 신규 진입할 수 있다. 매년 5∼6월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7월부터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종합병원 중 ▲급성기병원 의료기관 인증 획득 ▲지역 응급의료기관 이상 ▲수술·시술 종류(DRG) 350개 이상 수행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이들 병원의 진료 역량을 키우기 위해 연간 약 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진료 지원에 2000억원, 중환자실 수가 인상에 1700억원 등 병원 기능 강화에 5000억원을 투입하고, 기능 혁신 성과 평가에 따라 2000억원을 따로 지원한다.
첫 지원사업 공모는 오는 6월 5일부터 18일까지다.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은 화상, 수지접합, 분만, 소아, 뇌혈관 등 필수진료에 특화된 전문역량을 갖추고, 24시간 진료를 수행하는 병원에 대한 지원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24시간 진료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과 함께 진료실적, 응급환자 전원 수용률, 진료협력 성과 등을 토대로 연간 1000억원을 투입한다.
화상, 수지접합, 분만, 소아, 뇌혈관을 대상으로 우선 추진하고, 향후 필수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만큼 조만간 대상기관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포괄 2차‧필수특화‧응급수술 지원책 마련
지향점 동일‧지원금 차이, 선택의 기로
자체 시뮬레이션 실시 등 행선지 찾기
‘외과계 병원 응급복부수술 지원사업’ 역시 2차 병원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각 지역에서 응급‧야간수술을 담당하는 외과계 병원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외과계 병원이 24시간 이내에 응급 복부수술을 시행한 경우 수술 및 관련 마취료를 최대 200%까지 가산한다. 인프라 부족 지역은 지원금을 기관별 최대 3억원까지 차등 지급한다.
24시간 응급 복부수술 역량을 갖춘 외과계 병원으로 충수절제술, 장폐색증수술 등 복부수술(62개)을 연간 50건 이상 시행, 외과 전문의 3인 이상인 병원이 대상이다.
관련 예산으로는 수술 마취료 가산에 523억원, 지역 지원금 11억원 등 총 656억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지난 23일까지 공모를 진행했고, 조만간 첫 대상기관 발표와 동시에 시범사업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하반기 추가 공모와 2차년도 이후 시범사업 협의체 논의 등을 통해 별도 공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기간은 올해 6월 중 시작해 2028년 12월말까지다.
지역에서 충실하게 필수의료를 수행 중인 2차 병원들의 경우 이들 지원사업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중복 참여는 불가하다.
때문에 각 병원들은 어느 사업에 참여하는 게 병원 운영에 가장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등 천착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방의 한 종합병원 원장은 “정부가 지역 2차 병원 활성화를 위해 여러 지원책을 마련해 준 것은 고무적이지만 사업 성격이 다름에도 중복 참여가 불가한 것은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작금의 상황은 지역 병원들 입장에서는 희망고문에 가깝다”며 “필수의료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