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주4일제, 환자에도 안전한 시스템"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민지 NMC 지부장
2025.06.09 05:18 댓글쓰기

장기적으로 주4일제 도입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이달 우리나라 국가 중앙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 주4일제 시범사업이 닻을 올렸다. 전국 의료기관 중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2번째 시도이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는 최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전국 의료기관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노사 결단이기에 병원계 관심이 집중된다. 데일리메디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민지 NMC 지부장을 만났다. 이들은 의료기관 주4일제 확대를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 의료기관 주4일제와 관련된 사회적 의미를 소개했다. [편집자주]


NMC 1개 병동 소속 교대 근무 간호사 5명이 이달 1일자로 주4일 근무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주4일제 시범사업 시행'에 합의한 결과다. 


노사는 합의 후 사용자 대상 주4일제 교육, 4차례 노사 TF 회의, 2차례 실무회의 등을 거쳐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금년 4월 말 시범사업 시행을 최종 결정했다. 


현장 기대감은 높았다. 지난달 시범사업 대상인 교대 근무 병동 간호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시행했더니 91.7%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83.4%가 참여 의향을 밝혔다.


시행 병동 근무 대상자 22명 중 9명이 최종 지원했으며 추첨을 통해 5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주5일 근무자의 90% 임금을 받게 됐다.  


지난해 의정갈등으로 NMC를 비롯한 전국 병원은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주4일제를 도입하는게 무리수일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근무환경과 경영 변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민지 보건의료노조 NMC 지부장은 "비상경영으로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많이 갔고 병상가동률도 떨어져 있었는데 이는 주4일제 도입의 악조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의 임금 10% 삭감 사례 등 非대상자와의 임금 차이를 두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노조 조합원 사이에서 형성됐고, 병동 인력 계산 상 충분히 가능했다"며 "이 부분에서 사용자와도 이해관계를 형성해 시행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NMC 시범사업은 6개월 단위로 진행되며, 8월 중간평가를 거쳐 9월 주4일제 대상자 5명을 추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평가를 진행한다. 


주4일제는 지난해 보건의료노조 산별중앙교섭 주요 요구안이기도 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료기관 주4일제의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보건의료인력의 건강·안전이 결국 국민 건강권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장시간 노동과 의료사고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그 상관관계가 입증되는데, 피로·집중력 저하·번아웃 등을 유발해 오류 및 사고 발생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인수인계·응급 업무 등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 일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 이상인 간호사는 무려 76%에 달했다. 


이러한 근무조건은 높은 간호사 퇴사·이직률로 연결된다. 올해 노조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의 70.9%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직 고려 이유로 47.9%가 '높은 노동강도' 등을 1순위로 꼽았다.


최 위원장은 "주4일제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숙련된 인력 유출을 막고, 의료사고 발생률을 낮춰 환자 안전 향상과 의료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 토요일 진료를 보는 병원이 많아 현장에서는 '주6일 근무 중인데 주4일제는 너무 멀다. 토요일 근무를 없애달라'는 요구도 많다"면서 "주4일제를 하다보면 토요일 근무가 차츰 없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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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9월 대상자 5명 추가···6개월 뒤 시범사업 평가 예정  

"인력 유출 막고 의료사고 발생률 낮출 것"···병원 "인건비 문제 고민"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역시 주4일제를 주요 요구로 채택해 산별중앙교섭·현장교섭을 진행 중이다. 전국 의료기관에 주4일제를 확대하기 위한 과제로 최 위원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확충을 꼽았다. 


특히 인력확충의 경우 막대한 인건비가 소요된다. NMC에서는 5명이 주4일제를 시행했을 때 1.23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고 향후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면 123명 추가 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장은 "사용자들도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지만, 추가 인력 채용 등을 생각하면 재정상 어려움으로 주저하는 곳들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은 가야 할 방향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주 4.5일제, 장기적으로는 주4일제를 실현하겠다고 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조는 앞선 세브란스병원 시범사업, 이번 NMC 시범사업과 해외 의료기관 시범사업 등을 검토해 병원 사업장에 부합하는 주4일제 모델 연구도 착수했다. 


연구책임자는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장 ▲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혜주 고려대 보건사회정책학 교수 등이다. 


일각에서는 만성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보건의료산업에서 주4일제는 시기상조라고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서비스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인력부족 구조를 방치한 결과"라며 "단지 쉬는 날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도 안전한 시스템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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