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 전문기업 래피젠이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와 벌인 실용신안 등록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수년간 이어진 특허 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7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승기를 잡은 래피젠이 손배 청구액 확대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3부는 지난 5월 29일 래피젠이 제기한 실용신안 무효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SD바이오센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대로 “래피젠이 등록한 실용신안은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춘 발명”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해당 권리는 래피젠에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분쟁 쟁점이 된 기술은 래피젠이 2018년 7월 출원한 ‘체외진단 검체필터용 케이스’다.
이 케이스는 진단키트 상부에 희석액 튜브를 고정할 수 있는 홈이나 구멍이 있는 구조로 검체 처리 시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래피젠은 SD바이오센서가 이 구조를 무단으로 차용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판매했다고 주장하며 2021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실용신안 침해금지 및 702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 마지막 변론기일 이후 약 7개월 가까이 절차가 정체된 상태다.
래피젠 공세에 SD바이오센서도 맞불을 놨다.
SD바이오센서는 2022년 1월 해당 실용신안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담아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심판원은 그해 7월 해당 실용신안이 신규성이 부족하다며 SD바이오센서 손을 들어주는 심결을 내렸다.
하지만 래피젠은 이에 불복해 2022년 8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6월 특허법원은 “래피젠이 공지예외 요건을 충족했다”며 무효 심결을 취소했다.
공지예외란 발명이 출원 전에 공개됐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해당 공개를 신규성 심사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연구 발표 이후 권리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SD바이오센서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해당 실용신안에 대한 래피젠 권리는 최종 확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래피젠이 기존 702억원 청구 외에 손해액을 재산정해 최대 5000억원까지 손배 소송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래피젠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향후 손해액을 재산정하면 5000억원에서 8000억원 규모까지도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용신안 무효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민사소송도 병행했지만, 실용신안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법원 판단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어 소송이 더디게 진행됐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실용신안 유효성이 인정되면서 침해 여부에 대한 본격적 판단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초 회사가 입은 피해는 2000억원대에 달하지만, 이 중 일부만 적용해 702억원을 우선 청구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래피젠은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소도 병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형사 사건은 이미 검찰에 넘어간 상태”라며 “특허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법인에는 벌금형, 대표자에게는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SD바이오센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향후 소송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