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으로 의대생 현역병 입대가 폭발적으로 늘며 공중보건의사(공보의)·군의관 수급이 위기에 놓인 가운데, 해법으로 제시된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심각성을 느낀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방부에 복무 단축을 건의하면서 배출 절벽 시점으로 언급한 '2029년'이 너무나도 늦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 이성환)는 최근 "의대생 현역 입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어 입영 신청을 하지 않은 의대생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대공협이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한 달에만 현역 및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영한 의대생이 647명으로 집계됐다.
현역 입대 인원은 589명, 사회복무요원 입대 인원은 58명이다. 이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올해 3월 412명에 비해 57%나 늘어난 것으로 가속화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에 의정갈등 이후 올 4월까지 현역 및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한 누적 인원은 사상 최대치인 2000명을 돌파해 2941명이 됐다.
이 추세라면 올 한 해 동안 5700명의 인원이 현역 입대할 것으로 대공협은 예측하고 있다.
복지부 예측 2029년···"2029년이면 한 마리 소도 외양간에 없을 것"
지난달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공보의·군의관 복무를 2년으로 단축하는 군인사법·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복지부는 국방부에 공보의·군의관 근무 단축을 건의한 상황이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지난달 말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복지부가 추계한 미래 공보의·군의관 부족 자료로 국방부와 협의하고 있고, 국방부도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보의 배출 '절벽'이 시작되는 시점은 2029년일 것이라고 계산한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2029년 수련 후 복무하는 자원은 77명, 2030년 86명 수준으로 감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골든타임을 2029년으로 잡고 복무기간이 단축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며 "한 번에 확 줄일 수는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신호를 줘야 현역 입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아 의원의 군인사법·병역법 개정안은 지난달 13일 발의 직후 5월 14일자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이 같은 국회와 정부 움직임에 대해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복지부가 군복무 단축을 시작코자 하는 2029년이면 이미 외양간에는 한 마리 소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당장 지금 입영 신청을 하지 않은 의대생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법안 상정과 국방부의 적극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군의관과의 형평성 문제? 직접 조사하고 의제 이끌겠다"
이성환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군의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공보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매번 그렇게 답할 것이라면 대공협이 나서 군의관 현황 조사를 비롯해 공보의와 군의관 의제 전반을 모두 이끌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낡은 제도를 손보지 않아 의사는 자신의 특기를 바탕으로 군복무를 하지 못하고, 국가는 공보의와 단기 군의관이라는 좋은 시스템을 잃고 있어 안타깝다"며 새 정부 관심을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신규 의과 공보의 수는 2008년 1278명에서 지난 2022년 511명으로, 올해는 247명으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