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들이 분원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착공을 앞두고 추가 비용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면서 사업 일정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병원 측은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영 악화와 자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 추가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각 지방정부는 예산 부담과 지역 여론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자재비 상승과 병원 경영 악화를 이유로 청라 분원 건립에 필요한 기존 공사비로는 착공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며 관련 기관들과 협의 중이다.
병원 측은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증액 없이는 착공이 어렵다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병원의 경영 악화와 건축비 급등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해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며 현재 청라메디폴리스PFV,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사비 증액 요청이 수용되면 예정된 착공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지만, 출자자들 간 의견 차이로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라메디폴리스PFV에는 KT&G, 하나은행, 현대산업개발, 우미건설 등 주요 민간 출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아산청라병원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지하 2층, 지상 19층, 800병상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오는 2029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은 청라의료복합타운 핵심 시설로 인천시는 이를 금융·업무·의료 기능이 융합된 ‘청라 3.0’ 전략의 중추 인프라로 삼고 있다. 병원 착공이 지연될 경우 의료복합단지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경제청은 사업시행자들과의 협의에 집중하고 있다.
유사한 문제는 송도세브란스병원에서도 파악되고 있다. 연세대의료원은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800병상 규모 병원을 건립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2023년 3월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지만, 건축비가 8800억원에서 9700억원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병원 측은 인천경제청에 당초 개발 이익금 1000억원 지원 계획을 3000억원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2단계 사이언스파크 사업 예산을 병원에 전용하면 전체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며 연세대에 대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협약에는 병원에 1000억원, 사이언스파크에 4000억원을 배정키로 돼 있었다.
한편, 기초공사가 이미 끝난 상태에서 2028년까지 준공되지 않으면 벌금과 환매 조항이 적용돼 병원 측도 일정 준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송도 주민들 반발도 거세다. 병원 건립 지연이 반복되자 '세브란스는 병원을 짓는다 해놓고 돈 얘기만 한다'는 현수막이 국제캠퍼스 앞에 걸리는 등 지역 여론이 악화됐다.
인천경제청은 연세의료원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보다는 일정 준수를 조건으로 부분적 행정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배곧서울대병원 사안 일부 해결, 사업비의 10%인 587억원 시흥시 부담
배곧서울대병원은 최근 재정 분담 문제에서 한 고비를 넘겼다.
경기도 시흥시의회는 지난달 16일 본회의에서 서울대병원이 요청한 총사업비의 약 10%인 587억원을 시가 부담하는 내용의 병원 건립 협약 체결 동의안을 제적의원 16명 중 찬성 9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서울대병원은 시흥 배곧신도시에 제2병원으로 800병상 규모 상급종합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며, 종근당이 참여하는 바이오 연구단지와 함께 수도권 서남부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심축을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병원 건립은 투자 단계에서 약 2조4000억 원, 운영 단계에서는 연간 1조8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지역 핵심 인프라로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병원 측은 운영 적자와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당초 예정된 8월 착공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흥시에 건립비 일부를 분담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시의회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은 기회를 얻는 입장인데 시흥시가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시는 “8월 약속된 착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산도 지원도 않겠다”는 조건을 전제로 협조를 결정했다.
병원들 "예상 못한 변수 발생, 착공 위해 추가 재정 필요"
결국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분원 건립 과정에서 공사비 인상과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지자체에 추가 재정 지원을 요청하면서, 지자체는 예산 부담과 시민들 여론 사이에서 복잡한 계산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이미 입지를 확정하고 착공을 앞두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재비 급등과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불가피한 재정 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는 당초 계획에 없던 수백억원의 추가 예산을 부담할 경우 특정 병원에 대한 특혜 시비와 여론 악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대형병원 유치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협약을 섣불리 파기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병원 측 요구를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빅5 병원과 지방정부 사이에서 발생한 '추가 부담 분담' 논란은 개별 사례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대형 의료시설 유치 사업 전반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민간 의료기관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재정 협력 모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