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이재명 대통령님께 진심 어린 축하를 드립니다.
그러나 중증질환 환자들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병상 위에서, 수술실 앞에서, 응급실 대기 중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을 대신해 간절히 묻습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왜 논의되지 않았습니까?”
지난 1년 4개월. 우리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지켜보며 의료공백 속에 놓였습니다. 항암치료가 멈췄고, 외과 수술이 연기됐으며 응급 진료가 붕괴됐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정작 논의돼야 했던 공공의료 강화, 지역의사제 도입, 환자 피해조사기구 설립, 재발 방지법 제정은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공공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 고통은 정치적 대립 속에서 주변으로 밀려났고, 환자는 정책의 중심이 아니라 구경꾼이 됐습니다.
중증질환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의료가 무너지면, 곧 생명도 무너집니다. 정치는 논쟁을 할 수 있지만, 생명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대통령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절실한 요청을 드립니다.
첫째, ‘환자 생명 보호’를 국가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선포해 주십시오.
어떠한 보건의료 갈등도 국민 생명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는 ‘환자 피해 예방’을 헌법적 가치로 천명해 주십시오.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진상조사를 위한 의료공백 피해조사기구를 신속히 설치하고,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도 개선안을 함께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환자 중심 필수의료·지역의료 대전환 정책을 구체화해 주십시오.
공공의료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입니다. 지방의사제 도입 및 공공병원 기능 확대, 중증응급·완화·재활의료 시스템 강화는 선언으로 끝나선 안 됩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책임지는 국가 필수의료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 주십시오. 의료 공공성 회복은 국민 생명권 회복 시작입니다.
셋째, 환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도록 해주십시오.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는 마주 앉았지만 정작 환자는 정책 테이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환자단체가 정식으로 참여하는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조를 설계, 환자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며, 환자가 빠진 정책은 결코 완전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환자들이 병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다려야만 하는 운명에 놓여 있지만, 정치는 그 기다림을 더 이상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다음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너무 오래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부터 다시 시작해 주십시오. 이것이 우리가 대통령님께 드리는 마지막이자 가장 간절한 호소입니다. 이제는 환자 생명과 존엄이 정책 ‘중심’에 서야 할 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말하신 정의로운 복지국가, 그 시작은 환자 생명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의료 시스템으로의 전환입니다. 그 약속이, 이제는 실현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