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의료재단 부민병원과 동국대학교병원이 부산 신도시에서 경쟁을 벌인다.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의 근거리 혈투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병원계의 관심을 모은다.
신도시가 조성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대형 의료기관이 없던 부산 명지동에서 전국구 브랜치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이 정면으로 맞붙는 형국이다.
혈투가 예고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명지국제신도시는 부산시가 ‘명품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기치로 내걸고 개발 중인 지역이다.
세계 2위의 환적항만인 부산항 신항과 지역내 항공물류 거점인 김해공항을 잇는 중심부에 위치해 지리적 접근성이 우수하다.
앞으로 가덕도신공항과 진해신항 개항을 앞두고 있어 산업성장과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다.
그 가능성에 먼저 주목한 곳은 부민병원이다. 부민병원은 지난 2010년 부산시로부터 1만 1645㎡ 규모의 명지동 의료시설용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경제성 등을 이유로 매입 후 15년 가까이 구체적인 병원 설립 계획을 밝히지 않다가 지난 2023년 강서구청에 건축 심의를 요청했고, 2024년 1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후 실제 착공까지 신속하게 이뤄졌다. 병원 측은 개원 시기에 다다를 때면 신도시 인구가 지금보다 늘어나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민병원은 지난해 5월 기공식과 함께 명지부민병원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뜨고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7년 2월 개원 목표로 지하 2층, 지상 13층, 대지면적은 1만1645.50㎡, 건축면적은 2653.66㎡이며 총 350병상 규모로 설계됐다.
병원은 관절센터, 심뇌혈관센터, 소화기센터, 소아청소년센터, 종합검진센터, 스포츠재활센터 등 다양한 전문 진료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흥태 이사장은 “응급의료를 포함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없어 불편을 겪던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민병원그룹은 서울과 부산에 종합병원 3곳과 재활병원 1곳 등 총 4개 병원을 운영 중으로, 명지부민병원은 그룹 산하 다섯 번째 병원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19일 동국대학교와 명지국제신도시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경쟁을 예고했다.
동국대병원을 포함해 명상·문화·주거·상업 시설을 갖춘 복합시설을 갖춘 ‘명지 복합 메디컬 타운’을 설립한다 계획이다.
동국대학교의 영남권 첫 대규모 기반 시설로, 종합병원과 현대적 주거 공간과 다양한 상업시설 등을 연계한 생활 환경이다.
부산시는 서부산권에 영국계 로얄러셀스쿨, 웰링턴스쿨, 영국문화마을을 비롯해 이번에 '명지 복합 메디컬 타운'까지 입주 예정이어서 15분 도시가 구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민병원과 동국대병원 혈투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병상 규제 정책이다. 이미 정부가 병상 과잉공급 억제에 나선 만큼 새병원 건립을 위한 병상 허가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병상수급 기본시책에 따라 지역별 수요·공급 추계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병상을 신·증설하려는 의료기관에 대해 시도지사가 개설허가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병상을 신·증설할 때 지자체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승인을 받아야 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등은 복지부 장관 승인을 의무화했다.
명지부민병원은 이미 지자체로부터 병상 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동국대병원은 새병원 건립을 위해서는 지자체는 물론 복지부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는 이미 고신대학교병원과 동아대학교병원 등 지역민 충성도가 높은 대학병원들이 운영 중인 만큼 대학병원 간 경쟁도 부담 요인이다.
인당의료재단 정흥태 이사장은 “인접 지역에 대학병원 분원이 들어서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명지부민병원은 모든 인허가를 끝내고 공사를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