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확대되고 있던 자동차 보험 진료비 규모를 잡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경상 환자의 8주 이상 장기치료를 위해서는 보험회사가 자료를 받아 판단하게 만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이달 20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올해 2월 국토부가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한 것의 연장선으로, 자동차보험료 국민부담을 완화하고 교통사고 환자에게 적정한 배상을 지급하는 게 목표다.
이에 이번에 상해등급 12급~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개시 후 7주 이내 상해 정도·치료 경과 등의 자료를 보험회사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즉, 환자가 치료 연장을 위해 정해진 기간 내 자료를 준비,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또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에 교통사고 상해일로부터 8주 내 검토 결과를 통지해야 하고, 이의가 있는 경상환자는 결과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심의·조정 신청을 보험회사에 요청할 수 있다.
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규칙 시행 후 발생하는 교통사고부터 적용한다. 국토부는 오는 7월 30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한의과 자보 진료비, 의과 추월···"비정상 증가" VS "환자 선택"
그간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 진료' 문제를 놓고 한의계, 의료계, 정부, 보험사가 지속적으로 대립해 왔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과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충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의과 자동차보험 전체 진료비는 2021년 1조306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의과(1조787억원)를 추월했다.
2023년에는 한의과 1조4888억원, 의과 1조656억원 등으로 차이가 2배로 늘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비급여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로 인정하고 있어 1인실, 상급병실 운영 등을 통해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해 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의협은 "한의과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의과보다 높은 것은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교통사고 환자의 95%인 경증환자가 한의치료를 선호하고 신뢰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의협 "국민 치료받을 권리 정면 침해하는 반의료적 정책 개악"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한의계는 크게 반발했다. 한의협은 23일 성명을 통해 "보험사의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한 졸속 행정이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의료적 정책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닌 보험사가 환자 치료 연장 여부를 자의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환자가 불복할 경우 판단을 받는 이의제기 과정도 부실하다는 비판이다.
한의협은 "국토교통부 장·차관이 임명되기 전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다소 혼란한 정권교체기에 보험사 이익을 대변해 이들의 숙원사업을 은근슬쩍 실행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어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새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의 정상적 업무지시와 함께 의료계 전문가, 소비자단체와 상식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