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도중 주사 부위에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이 병원 측 책임을 70%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핵심을 병원 관찰 책임에 두면서,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과실이 없다고 봤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2-2부(재판장 김형작)는 지난달 30일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병원 과실을 일부 인정하고, 약 798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이 인정한 약 4072만원보다 증가한 액수다.
환자 A씨는 2021년 9월,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C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왼쪽 가슴 절제수술과 림프절 검사를 받았다. 이후 같은 병원에서 항암제를 4차례 맞았으며 사고는 마지막 치료가 진행된 2021년 12월 14일 발생했다.
당시 간호사 D씨는 A씨 좌측 종아리에 정맥주사 라인을 확보한 뒤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사전 약물을 투여했고, 정오 무렵부터 본격적인 항암제를 주입했다.
이후 12시 30분경 주사 부위에 발적과 부종이 나타나자 D씨는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고 라인을 제거한 뒤 냉찜질을 시행하면서 주치의에게 알렸다. 남은 항암제는 반대쪽 팔에 새 라인을 확보해 오후 2시경까지 투여를 마쳤다.
A씨는 다음날 퇴원했으나 같은 달 17일부터 좌측 종아리 부위에 수포가 생기고 피부 괴사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일혈(주사액의 혈관 외 유출)에 의한 조직 손상으로 진단됐다.
A씨는 변연절제술과 피부이식술 등 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았으나 흉터와 통증 등 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A씨는 병원이 항암제 주입 직후 주사 부위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고, 일혈 발생 시 흡인 등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총 9763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항암제를 투여한 뒤 5~10분 간격으로 주사 부위를 확인하고, 통증이나 발적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했어야 하나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일혈을 의심한 뒤에도 남아 있는 항암제를 흡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A씨의 혈관이 반복적인 항암치료로 약해졌을 가능성을 고려해 병원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총 4072만원의 배상을 명했다.
항소심에서는 병원 과실 책임이 더 무겁게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보호자 상주 없이 간호사가 간병까지 전담하는 구조인 만큼, 병원 측의 각별한 관찰과 진료가 요구되는 환경"이라며 "특히 환자가 이전 주사 부위에서 불편감을 호소해 라인을 옮긴 상황이었던 만큼 새로운 주사 부위에 대한 반응과 이상 증상 여부를 더욱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병원 측이 주장한 환자 및 보호자 책임에 대해서도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전문가가 아닌 이상, 5~10분마다 육안으로 정맥주사 부위를 관찰했더라도 이상 징후를 쉽게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호자가 협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이 환자에게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보고토록 교육했다고 해도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증상을 관찰할 의무가 병원 측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치료비, 개호비, 일실수입 등 재산상 손해를 다시 산정해 약 1억408만원으로 판단했고, 병원 책임 비율을 70%로 높여 환자 측에 약 7286만원의 재산상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여기에 위자료 700만원을 더해 최종 배상액은 7986만2661원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