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확충, 의료인력 확충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병원계 총파업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간 해당 공약과 같은 틀의 목표로 투쟁해 온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7월 24일을 총파업 날짜로 잡고 계획을 이행 중이다.
매년 진행해 오던 산별중앙교섭과 총파업이지만 특히 이번에는 의정갈등 이후 교체된 정권과 '소년공'·'노동친화' 대통령에 대한 노조의 기대가 큰 모습이다. 前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올바른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100대 국정과제에 9·2 노정합의를 포함하라는 요구다.
2일 오후 보건의료노조는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2025 산별총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현장에는 5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정갈등을 조장하고 의료현장을 붕괴시킨 윤석열표 의료개혁은 끝났다"며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실종된 9·2 노정합의를 복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산별총파업 핵심 과제 7가지를 제시했다. 대정부 요구안은 ▲새로운 거버넌스·공론화 통한 의대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9·2 노정합의(2021년) 이행협의체 복원 ▲직종별 인력기준 제도화, 보건의료인력원 설립 ▲의료와 돌봄 국가책임제 마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이다.
또 ▲보건의료산업부터 주4일제 도입, 보건의료노동자 기본권 보장 ▲공공병원 의료인력과 착한 적자 국가책임제, 공익참여형 의료법인 제도화 ▲산별교섭 제도화, 보건복지부 주요 위원회에 보건의료노조 참여 확대 등을 요구했다.
사용자 대상 요구 사항으로는 ▲적정인력 고려한 정원 마련 ▲전담간호사 제도화 및 불법의료 근절 ▲주4일제 시범사업 시행 ▲총액 대비 6.9% 임금 인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지난 5월 7일 산별중앙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진행해 왔고, 6월 25일 7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잠정 중단했다. 특성별 교섭 상황을 지켜보고 8월 6일 재개한다.
현재 지방의료원과 민간중소병원 노사가 특성별 교섭을 진행 중이며,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 노사는 지부별로 현장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특성교섭과 현장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오는 8일 노동위원회에 일괄적으로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하고, 9일부터 1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들어간다. 15일 간의 조정에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7월 24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진료과 10개 있는 병동·신규 간호사도 퇴사···환자 적어 부수적 업무 수행, 돌아온 건 임금체불
한편, 이날 조합원들은 의정갈등으로 인해 열악해진 업무 환경과 코로나19 팬데믹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공병원 실정을 전했다.
허단비 고대안암병원 간호사는 "지난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제가 일하던 부서가 폐쇄됐다가 다시 열어 여러 외과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를 간호하는 병동으로 전환됐다"며 "과가 10개 이상 있다 보니 업무가 너무 많고, 입원·수술환자가 밀려오고 매일 연장 근무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많은 간호사가 퇴사했고, 진료지원인력(PA)로 일하게 돼 병동을 떠난 이들도 있다"며 "신규 간호사도 많이 들어왔지만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에 교육 중에 대부분 퇴사하고 한 명만 적응해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운교 청주의료원 물리치료사는 "코로나19 이후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부서가 각종 교육 사업 및 지원 등 부수적 업무를 수행했고, 환자 수가 회복됐지만 이 업무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적자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더 많은 희생과 노력을 요구했고 지난달 정기 상여금의 80%가 체불됐다"며 "공공병원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버텨 온 우리에게 돌아온 게 이런 상황이라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