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천명한 가운데 두경부외과 의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머지않아 국내 두경부암 수술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절규했다.
가뜩이나 두경부외과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의사들 발길마저 끊기면서 수술방에 들어갈 의료진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먹고, 말하고, 숨쉬는 가장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중차대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의 필수의료 범주에는 소외돼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조광재 신임 회장(의정부성모병원)은 “두경부(頭頸部) 분야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며 “필수의료 활성화 대책에 포함시켜 회생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경부외과는 코, 입, 안면, 목구멍 등에 발생한 암을 비롯해 기도협착, 경부외상 등을 담당하는 이비인후과의 한 영역이다.
‘Head and Neck surgeon’이라는 명칭이 의미하듯 이비인후과 전문의 중에서도 수술을 주로 하는 의사들이다.
후두암, 구강암 등 담뱃갑 경고 그림 대부분이 두경부외과 의사들이 수술하는 질병이다.
"두경부외과 의사 소멸 위기·붕괴 시작, 필수의료 포함 절실"
"응급 및 중증질환 많고 수술시간 길어 고강도 업무, 빅5 병원 포함 수도권 전임의 고작 7명"
하지만 응급 및 중증질환이 다반사고, 통상 수술이 6~12시간 소요되는 등 강도 높은 업무 탓에 두경부외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등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19개 병원 두경부외과 전임의는 7명에 불과하다.
범위를 좁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14곳에 근무 중인 교수는 38명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의 절반 정도가 교수 1명이 모든 진료와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50~60대 교수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이 퇴임할 경우 바통을 이을 후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신입회원 수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광재 회장은 “강도 높은 업무에 수가까지 낮아 병원에서도 홀대를 받다 보니 두경부외과를 지원하는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표명한 만큼 소멸 위기에 봉착한 두경부외과도 그 영역에 포함시켜 안정적인 인력 유지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두경부외과는 응급 및 중증질환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병원 내에서도 수술실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입지가 좋지 않은 실정이다.
매년 이비인후과 전공의 충원율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경부외과를 선택하는 전공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 회장은 “작금의 상황이 계속될 경우 두경부암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며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복지부도 이비인후과 내 두경부 분야 인력 부족을 우려한 바 있다”며 “이번 필수의료 살리기 대상에 두경부외과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