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서 인생 2막 前 대학병원장
자타공인 명의(名醫) 권성준 양양보건소장
2022.09.13 06:30 댓글쓰기

“1980년 의사가 된 후 40년 넘도록 대학병원에 있으면서 환자들에게 대접 받으며 살아왔다. 너무 감사했다. 정년퇴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의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환자 한 명이라도 제가 필요하다면 받아온 고마움을 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하루 하루 너무 행복하다.”


코로나19 확산 직전 권성준 양양군보건소장은 일주일에 두 차례 보건지소로 순회진료를 나갔다. 해당 지역은 버스 배차 간격이 긴데다 주민들이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나오는 길도 멀다. 


권 소장이 방문할 때면 사람들은 꼭 찾아 “잘 나았다”하며 인사하고 갔다. 얼마나 힘들게 진료하러 오는지 아니까. 고성에 사는 어떤 할아버지는 보건소팀이 왔다는 얘기에 고추를 따 오시기도 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권 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는 공공의료 담당 보건소 본연의 모습으로 전환, 방문건강관리사업 및 건강증진사업 활성화에 전력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왕진 활성화하고 경로당 대상 주민 건강교실 참여할 계획


상황이 나아지면 예전 시행했던 왕진 활성화와 함께 경로당 주민 대상 건강교실을 보건소장과 공중보건의가 함께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주민 건강을 상시 관리해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왕진 계획을 9월부터 재개한다. 다만 개별 집 방문에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고 판단, 15명 이상 모이는 경로당에 가서 노인분들에게 의학지식을 알려주기로 했다.


권 소장은 “어떤 사례가 응급상황이라는 의학지식을 알려준다. 괜찮겠지 하고 지나가다 되레 큰 병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20~30분 분량으로 엮어 빨리 병원에 가야될 상황이 무엇인지 전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5~10초 동안 정신이 없다가 쓰러져 깬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 ‘나중에 병원에 가보지’라고 생각하는데 혈전증이 와서 뇌혈관을 막기 직전에 오는 걸 TIA(일과성허혈성뇌졸중)인 경우도 있다.


권성준 양양군보건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 한양대병원장을 지냈으며, 대한위암학회장도 역임한 자타공인 ‘명의’다.


지난 2020년 8월 퇴임한 권 소장에게 주요 병원들은 좋은 조건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여러 대형병원의 스카우트를 뿌리쳤다.


"의사 출신 없는 강원도 보건소장에 좋은 조건 러브콜 뿌리치고 지원"


4급 공무원인 지방 보건소장직을 자원한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양양군보건소를 이끌고 있다. 그가 부임하기 전 강원도 내 시·군 보건소장 중 의사 출신은 전무했다.


양양군은 설악산에 인접한 작은 지방자치단체다. 최근 몇 년간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으면서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에 비해 인프라는 열악하다.


인구가 2만8000명에 불과하며, 평균 연령이 50세에 이를 만큼 고령화 지역이기도 하다. 종합병원은 없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모아도 5곳 정도다.


권 소장은 “보건소장 하는 일이 진료보다는 행정 비중이 큰 데 저 같은 경우 행정은 전체 업무의 10%에 불과하다. 주로 진료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소개했다. 


공중보건의가 아니면 의사 구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에 의사들은 지방 근무를 피한다. 권 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 서울에서 살아온 뼛속들이 ‘서울 사람’이다.


권 소장은 양양 출신인 선배와 함께 설악산을 찾기 시작하면서 양양과 인연을 맺었다. 그 선배는 양양에 생가(生家)가 있는데다 아는 사람도 많아 같이 식사하다보니 가까워졌다.


"환자들에 대한 고마움과 보람 가득"


이후 양양군보건소장에 부임하면 보건행정은 물론 농어촌을 직접 찾는 ‘의료 봉사’에 힘을 쏟고 싶다는 의향을 양양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에 있으면서 느껴왔던 환자들에 대한 고마움 덕분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심 환자 진단부터 확진 안내까지 모든 업무를 보건소가 도맡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보건소 직원이 모두 달라붙어 진단과 소독,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


검사도 하루 1000명 이상 해야 하는 쉴 새 없이 바쁜 곳이다. 지금도 휴일 없이 코로나 의심환자에 대한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다보니 2년인 공식 임기를 마치기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경로당 순회강연에 대한 열정, 왕진 등을 통한 지역 환자를 만나는데서 오는 보람으로 임기 연장에 대한 고민이 크다. 


“안방에서 혼자 대소변을 봐야 하는 90세 할머니 집에서 직접 손을 잡아 드렸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소리쳐야 하지만 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권성준 소장.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그가 양양을 떠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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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 09.13 10:27
    정년퇴임후에도 국가와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좋은 본보기. 돈을 쫒는 것보단 훨 보기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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