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함보다 가치 지향, 태백병원 전문의 삶 인생 3막"
김선민 前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2024.01.22 05:00 댓글쓰기

무려 25년만이다. 1999년 진료현장을 벗어나 '의료정책' 길을 달려온 한 여의사가 행정가 삶을 정리하고 본업인 의료인으로 복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 OECD 보건의료 질과 성과 워킹그룹(HCQO 워킹그룹)' 의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첫 여성 원장 등 나름 성공가도를 달려온 그가 택한 의업(醫業) 복귀 행선지는 강원도 의료취약지의 작은 공공병원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퇴임 후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제3의 인생을 설계 중인 김선민 前 심평원장은 요즘 탄광촌이었던 태백에서 직업병 환자들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59세, 다시 지역병원 의사가 됐다


“하루하루가 다채롭다. 태백은 1980~1990년대 중요한 광산들이 많았던 만큼 진폐증이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직업병 환자들을 진료하고 소견서를 쓰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태백병원이 위치한 장성동은 태백시 인구가 12만명을 넘어섰던 과거에는 중심지였다. 지금은 인구가 급격히 줄며 쇠락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각지에서 직업병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김선민 前 심평원장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만큼 비급여 진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의 의사들도 수익보다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한다”라고 말했다.


소식으로만 전해 듣던 지방병원의 어려움도 체감하고 있다. 그는 “의사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특히 응급의학과가 제일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도 태백병원에서 네 번째 내걸었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는 “직업환경의학과 특성상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기는 어려워 먼 곳 병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태백병원 채용공고를 접했고, 태백이 갖는 상징성에 끌려 지원했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다시 지역 공공의료기관 의사란 ‘소수자’의 길로 들어섰다.


'김선민 답다'라는 칭찬이 가장 좋다


그는 의료계에서 소수자의 삶을 살아왔다. 여성이었고, 공공의료영역에서 활동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에는 비판의 글을 기고하는 등 동료의사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 무언가에 희생하거나 투신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게 지나 보니 계속 한 길로 살아왔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이어 “태백병원에 올 때 제일 많이 들었고, 제일 듣기 좋았던 말도 ‘김선민 다운 결정’이라는 얘기다. 소수자들의 건강과 인권이 어느새 내 인생의 주제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길을 걸어온 자신의 삶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냈다.


한창 선거에 민감한 시기라 항간에는 ‘정치 입문설’이 돌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치며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고, 심평원장 퇴임 후 속도를 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원장은 “그동안의 인생을 한 번 정리하고 후세대에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 일종의 이어달리기 처럼 대화를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미치는 줄 알았던’ 옛 기억들


책 속에는 김 전 원장의 굴곡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과거부터 틈틈이 메모하고 이를 모았기에 가능했다.


내과 실습 도중 담관낭종을 앓았을 때, 마흔 살 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했을 때, 공공보건의료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심평원장에 지원할 때의 심정들을 엿볼 수 있다.


김 전 원장이 ‘심평원장 재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은 ‘마스크 중복구매 시스템 구축’의 비하인드도 담겼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가 공적 마스크 제도가 가동됐다. 심평원은 의료기관과 개인정보를 연동해 닷새 만에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그는 “그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라며 “본래 심평원의 업무는 아니었지만 관련 정보들이 집중돼 있다 보니 우리밖에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구현해냈고, 그 결과 혼란이 빠른 속도로 안정됐다. 좁게 보면 심평원, 넓게 보면 건강보험과 IT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김선민 전 심평원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현재 주중에는 태백병원에서 100m 떨어진 사택, 주말에는 가족들이 있는 서울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그는 “태백에서 하고 싶은 게 많다”라며 “특히 근골격계 질환은 우리나라에 직업병 영역으로 들어온 지 10년 정도밖에 안돼 더 쌓아나가야할 지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태백 지역 주민들의 건강·복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작게라도 기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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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자와의대화 01.22 11:46
    기사내용 중 작업환경의학과->직업환경의학과로 수정 필요합니다.
  • 데일리메디 01.22 12:08
    앞으로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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