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만큼 대리마취도 심각한 문제 초래'
최인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2018.11.19 05:2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상당 수 의료기관이 마취통증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 전문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기에는 주저하기 마련이다. 마취 수가가 원가 대비 50%에 못미치다 보니 여러 셈범을 통해 조목조목 따져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리수술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드나들던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 수술실에서 수술 가운과 모자를 쓰고 있던 장면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공개되면서 그 어떤 변명도 소용없게 됐다.

지난달 초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수술에 참여하다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사망,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부산 사건의 사회적 공분이 채 가라 앉기도 전에 경기도 파주에서는 관절·척추를 진료하는 정형외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수술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 년 전부터 정형외과 의원은 물론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대리수술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왔다.


"관련 사건 철저한 조사 등 공론화 필요" 촉구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최인철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은 17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대리수술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리마취 사안이 공론화 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운을 뗐다.

최 이사장은 "환자가 죽고 사는 문제에 마취는 상당한 관련이 있다"며 "특히 부산 정형외과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 관련해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마취를 하지 않고 간호조무사가 마취를 했다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는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번 부산 정형외과의원 대리수술 사건도 최종적인 수사 결과가 밝혀져야 하지만 대리마취 문제도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부산 정형외과에서 의료기사가 대리수술 후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비극적인 사건에는 대리마취 문제가 얽혀 있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만약 간호사가 환자를 전신마취한 것이 사실로 최종 밝혀진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신마취의 경우 의료행위에 속하며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이를 간호사
에게 위임하는 등 불법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통을 터뜨렸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
이다.


최 이사장은 “간호사의 기본 업무는 의료행위가 아닌 간호와 진료 보조 업무이며, 절대 이를 넘는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을 것일 뿐,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라고 판결한 바 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개정 의료법에서도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주된 의사의 실명을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
다”고 강조했다.


이를 어길 경우 자격정지 6개월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엄중한 처벌을 받는 의료행위를 간호사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최 이사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환자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전신마취를 간호사에게 위임했음에도 ‘간호사는 원장 지시에 따라 일을 했고 병원 내 모든 의료행위는 의사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것이어서 불구속 입건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최 이사장은 "대리마취 사고에 대해서는 행정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며 "만약 의료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재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당수 의료기관, 마취 전문의 적극 채용에 어려움"

최 이사장은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소위 ‘수술 잘 하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술에는 마취가 필수다. 그나마 전공의 32명, 전문의 70명 등 총100여 명의 마취통증의학 전문의가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병원의 경우 인력 채용에 있어 공격적이지 못하다"고 현 주소를 짚었다.


수도권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질환 수술이 쏠려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수술을 잘 하려면 마취통증의학과 지원 없이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학회는 홍보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들의 마취 안전과 환자 안전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인철 이사장은 “학회 내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해서 마취 안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국민들에게 마취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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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리 11.19 11:50
    대리 컨설트도 많다. 대학병원들 정신차려야할듯.
  • 실상 11.19 09:08
    마취만 하고 전공의 또는 인턴 아니면 간호사만 남겨두고 수술실에서 나가버리는 경우는
  • 11.19 10:33
    마취과 전공의는 상관없죠  의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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