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유일·여의사’ 아닌 '진정성' 승부
홍정아 교수(순천향대구미병원 산부인과)
2019.01.21 06: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경상북도 구미지역 산부인과에 여의사는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돌았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는 구미에 여의사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거나, 구미에서 가까운 지역과 병원을 소개해달라는 정보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개원가에 1명의 여의사만 존재했고 종합병원급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순천향대 구미병원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고 벌써부터 반응은 뜨겁다. ‘핫(Hot)’한 그녀를 만났다. 알고보니 재밌는 사연도 많았다.


순천향대 구미병원 산부인과 홍정아 교수.[사진] 인터뷰에 앞서 기자는 ‘유일, 여의사’라는 타이틀을 달아두고 그 프레임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그 타이틀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굳이 애써 의미부여를 안 해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지방 산부인과 진료, 아쉬움 있지만 수도권과 다른 보람 많이 느껴"

구미에 연고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구미병원으로 온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은 낮설고 적응하는 단계다. 하지만 환자들을 보면 보람이 느껴진다. 환자들의 반응은 뭔가 달랐다.

“순응도 자체가 달라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인 부천병원에 있을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부분인데 여기와보니 인식 자체가 틀리다는 것을 느꼈죠. 아무래도 선택의 폭 차이인 것 같은데 환자 반응이 달라진 것은 곧 업무적 보람으로 전환됐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처럼 부인과 영역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남성 의사보다는 편한 여자 의사라는 존재가 아무래도 환자들의 마음을 쉽게 열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부인과 여의사 선호 경향은 사라져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인식이 쉽게 바뀌기 어려운 까닭에 홍정아 교수의 진료는 구미시 여성질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보수적인 지역일수록 산부인과를 찾은 환자는 본인의 증상을 끙끙 앓다가 찾아오는 분위기가 형성되죠. 구미에 오니 고민이 많았던 환자분들이 많았어요. 지극히 당연한 정보를 전달해도 환자들이 전혀 몰랐다며 기뻐하니 진료하는 보람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역시나 산과 영역이다. 구미는 타 지역 대비 출산율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있지만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사실 구미병원도 37년간 운영한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의료진 부족을 이유로 지난 2017년 1월 폐쇄했다. 산부인과와 밀접한 연결고리가 형성돼야 하는데 실질적 대응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산과 문제는 구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다양한 저출산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근시안적인 혜택에 머물러 있다보니 근본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죠. 지방대학병원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보를 위한 수가 신설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아버지, 남편 그리고 순천향의대
 
  

홍 교수는 순천향 내부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대에 걸친 부녀 의사인데다가 남편도 산부인과에서 같이 근무하는 의사로 모두 순천향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순천향의과대학 4회 졸업생인 고(故) 홍호식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다. 남편은 현재 같이 근무하고 있는 전동수 교수다.


“선친 얘기를 꺼내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니다. 하지만 의사가 되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 철학을 아직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는 표준 이상의 적절한 의료를 행한다는 전제를 둬야하고 환자와 의사간의 마음의 문제가 중요하고 이를 경시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오는 이유는 1번이 본인이 느끼는 몸의 이상이고 2번이 이에 대한 걱정이며 1과 2가 다 있을 때 사람이 병원에 오게 되고 이때 1만 해결해주고 2에 대해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좋은 의사가 될수 있다는 뜻이다. 


남편이자 스승인 전동수 교수와는 신혼생활을 구미에서 만끽하고 있다. 둘은 부천병원에서 처음 만나 지난 2017년 7월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다 부천병원 신응진 원장의 제안으로 부부는 같이 구미행을 택하게 됐다.


“부천병원 원장님께서 전동수 교수를 통해 구미병원에서 진료해 달라고 제안하셨지만 전동수 교수는 속으로 제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네요. 제가 지금까지 서울과 부천을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까 내심 낯선 지역에서 생활 터전을 꾸리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는 그 제안을 두 번도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어요.”


홍정아·전동수 교수 부부는 당시 3개월 계획한 유럽여행을 한 달 정도 단축하면서 부부는 상당한 위약금을 물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터전에 기대감과 설렘이 그 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제가 학생-전공의-전문의로서 순천향대학교 병원을 겪어보며 생각한 가장 큰 장점은 지역친화적이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산부인과진료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하는 구미지역의 여성 건강 향상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구미에 정착한 지 석달째. 아직은 낮설지만 생각보다 적응은 쉽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신혼생활과 진료환경의 변화 등 재밌는 일들이 많다며 유쾌한 에너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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