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내몰리는 요양병원, 탈출구 모색 심혈”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
2019.10.07 05: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정책적으로 박탈감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요양병원은 사회적 입원의 온상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고령화 대응체계를 형성하기 위한 명확한 요양병원 역할론을 설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사진]의 어깨는 무거웠다. 노인의료의 중심축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고 싶은 간절함이 크지만 오해로 물든 큰 상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아무래도 정책 방향성은 고령화를 어떻게 잘 대응할지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이미 건강보험 진료비 중 40% 이상은 노인이 차지하고 있고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으로 6년간 3조원이 발생했다는 수치가 제시되기도 했다. 본인부담상한제란 연간 본인일부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경우 초과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그는 “요양병원이 환자들 장기입원을 조장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저소득층의 수혜를 늘리기 위해 상한액을 꾸준히 낮춰왔기 때문이다. 1~5구간 상한제 수혜자가 같은 기간 31만6967명에서 99만8832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이런 영향으로 환급자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쪽짜리 수가 개편과 노인 의료전달체계 아쉬움


오는 11월부터 적용되는 요양병원 수가 개편은 입원환자 분류체계가 7개군에서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선택입원군 등 5개군으로 조정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최고도와 의료고도는 기존의 환자분류기준을 대부분 유지하되 적극적인 치료를 독려하기 위해 각각 15%, 10% 수가를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중도는 현 수가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 자립과 회복을 위해 '탈 기저귀' 훈련을 하고 적극적으로 이동 보행 훈련을 하면 10% 가산 수가를 지급한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손 회장은 “환자들의 요구도가 많은 의료적 행위에 대한 수가를 인상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곳들은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이다.


더군다나 노인의료 전달체계 정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실효성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내렸다. 환자 이동에 대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기능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복지가 아닌 의료의 개념에 집중을 못해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요양시설에 머무는 중증환자의 전원문제, 요양병원 경증환자의 퇴원문제 등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요양병원 수가개편으로 인해 환자들 증상을 호전시키면 수가는 낮아지고, 상태가 악화되면 수가가 올라가는 구조다. 중등도 환자들의 기능 향상과 관련 수가 역시 모호한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안타까운 화재사고, 부각되는 간병비 지원책


지난달 경기 김포요양병원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쳤다. 화재는 50분여만에 잡았다. 신속한 대처로 다행히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초에는 요양병원이기도 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 2014년에는 장성효사랑요양병원도 방화로 인한 참변이 있었다.


지속적으로 요양병원과 관련한 화재사고가 발생해 손 회장의 심정은 애석하고 답답하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김포요양병원의 경우는 다른 사고와 달리 인명피해가 적다. 간병인들의 적극적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포요양병원 화재 당시 20여명의 간병인들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휠체어에 태워 1층으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간병인들은 마스크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휴지를 뽑아 입과 코를 막은 뒤 휠체어에 태워 1층으로 옮겼다.       


또 대피시키는 동안 병실에 남겨진 환자들이 연기에 질식되지 않게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를 마시도록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손 회장은 “간병인들이 목숨을 걸고 환자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분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은 수발뿐만 아니라 화재가 나면 최일선에서 환자를 보호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간병의 질과 환자안전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 간병비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비에 부담을 느껴 자체적인 할인을 해주고 있어도 간병비 회수율이 3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때문에 나머지는 비용은 병원이 직접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곳도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간병수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 걱정이 되는 부분은 화재사건으로 인해 불필요한 규제가 또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령시대 적합한 역활론 설정하고 자부심 찾을 수 있도록 노력

호스피스완화의료 본사업 전환,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부담 등도 고민거리다. 회복기 재활영역 활성화를 위해 지정제가 아닌 병동제 적용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이처럼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인데 요양병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진단이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 직원들은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못한다. 의료비 증가의 온상에다 질 저하를 발생시키는 공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버텨오며 요양병원은 노인의료를 지키고 있다. 질병과 고통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최일선에서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얼마 전 성황리에 마무리된 추계학술대회에서 많은 회원들의 격려와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그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단계적으로 개선될수 있도록 회장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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