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진료병원 인근 개원가 '직격탄'
진료과 무관 환자 발길 '뚝'···'적자 눈덩이 예상 속 직원들 연차 권유'
2020.02.20 11:2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내원한 광주 21세기병원과 대구 새로난병원 인근 개원가에 환자 발길이 뚝 끊겼다.

평상시 반의 반도 안되는 내원객에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들에게 연차를 권유하거나 시설 리모델링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감염병에 대한 지역민 우려감이 높은 상황에서 당분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자가 내원하지 않는 인근 병원들에게는 마땅한 보상안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늘어만가는 적자액을 보며 개원의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내원한 수성구 새로난한방병원 출입제한과 함께 병원 전반에 대한 오염여부 정밀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새로난병원에 내원한 31번째 확진자와 신천지 예배에 참석한 추가 감염자 10명이 확인되면서 대구 지역 사회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수성구 일대 개원가다. 새로난병원 맞은편에서 20여 년째 운영 중인 한 내과는 환자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병원 관계자는 "절반도 아닌 3분의 1 수준으로 환자가 급감한 것 같다"며 "환자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방역 물품을 지급하고 소독도 더욱 철저히 하고 있지만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개원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신식시설을 갖춘 병의원들도 상황은 다를 바 없다.

수성구 소재 산부인과병원 관계자도 "감염 이슈에 민감한 산모들의 경우 병원 방문을 더 꺼려해 산부인과는 다른 과보다 영향이 더 클 것 같다"며 "진료 취소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과 5일 확진자로 판정받은 16·18번 환자가 치료받은 광주 21세기병원 근방 개원가도 환자 급감을 체감하고 있다.

광산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한 전문의는 "병원뿐만 아니라 번화가나 상점 전체에 사람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 21세기병원 근처 종합병원들의 경우 더욱 큰 타격을 받았다. 병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 21세기병원에서 불과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종합병원은 환자가 30% 이상 급감했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60병상 규모 종합병원도 환자가 평소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2월달 들어와서 환자를 하루에 100명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평상시와 같은 운영이 어려워 병동 2개 중 하나는 리모델링을 시행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는 연차사용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21세기병원 관계자는 "20일 0시를 기점으로 폐쇄가 해제됐다. 하지만 끊겨버린 환자 발길이 당분간 회복되진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21세기병원이 영업을 시작하는 24일을 전후로 플래카드도 걸고 홍보를 해보려 한다"며 "광주의 경우 확진자들이 퇴원했고, 또 이제 내원객수가 늘어나는 환절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나아질지는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행정처분에서 영업정지 처분이 가장 큰 제재인데, 현재 인근 병원들은 영업정지처분을 당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확진자가 내원한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책을 요구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중소병원협회에도 이들 확진자 주변 개원병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이 텅 빈 진료실 모습을 보여주며 지역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내원한 병원이 아닌 인근 병원들의 피해가 상당해 협회 차원에서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015년 메르스사태 당시 확진자가 내원한 병원들은 빠른 폐쇄조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폐원 수순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외래진료와 응급실은 정상운영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113병상 규모의 병원 전체를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던 창원 SK병원은 사태가 종식된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창원SK 병원장은 현재 경남지역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 확진자가 경유한 24곳 병원 중 한 곳인 중구 하나로의원은 확진자 방문병원 명단이 공개된지 한 달 만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했다. 명확한 폐업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하나로의원 원장은 정부 발표 이후 환자가 줄어 힘들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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