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국시 거부, 정부·의료계 설득 나서야'
3연임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2020.08.18 12:2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으로 선출돼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예비 의사들이 '의사국시 거부'라는 극단적 결론을 실행에 옮기지 않도록 정부와 선배 의사들이 보호에 나서야 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역사상 최초로 3연임을 맡게 된 한희철 이사장(고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사진)은 최근 불거진 의수 수급 이슈와 그로 인한 갈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시작으로 운을 뗐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이에 분개한 전국 의대생들이 수업 및 임상실습 거부, 전공의 총파업 동참, 삭발에 이어 의사 국시 거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측의 갈등이 극에 치닫는 상황 속에서 의대 및 의전원 학장들 단체인 KAMC 수장을 맡게 된 한희철 이사장은 사태 봉합을 위한 대안과 향후 KAMC 운영 방안을 밝혔다.

Q. 3연임을 맡게 된 소감은
사실 두 번을 연이어 이사장을 맡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의과대학 학장님들이 코로나19 사태 및 의대 관련 이슈 등이 터지면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안 바꾼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선출해주셨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2년 더 봉사하기로 결정했다. 어깨가 무겁다. 세 번째 이사장이 되다보니 루즈해지면 안 된다고 여겨 허리띠를 바짝 조이며, KAMC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Q. 요즘 의사 수 확대가 '뜨거운 감자'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사 수는 필요하면 늘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의사인력 양성에 관한 큰 그림 없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의대 정원 이슈를 거론한다는 점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느냐를 두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원인은 '보건의료발전계획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Q. 체계적인 의사 육성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정부와 의료계가 최소한 1년은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보건의료법 제정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먼저 기본 계획을 짜고 의사들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현실적인 고려 없이 공공의대 설립을 대안을 내놨다. 앞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의학전문대학원도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없이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도 의료계와 협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시행할 경우 의전원 제도처럼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Q. 정부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사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전제부터 이견이 있다. 정부는 OECD 자료 가운데 일부 통계만을 공개하며 의사 수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환경 차이 등을 따져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만약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의대생이 의사면허를 획득하고 전공의와 공보의까지 모두 마치면 최대 13년이 걸린다. 그러나 지금의 출산율이 유지되면 이들이 의사로 본격 활동하는 2040~2050년에 전체 인구가 줄어 의료 이용량이 급격히 줄 것이다. 그 결과, 이 시점에는 의사인력 공급 과잉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밀어부치려는 게 아니라면 서둘러 시행하기 보단 의사인력 공급 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며 의료계와 적극 대화해야 한다.

"임시방편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정부-의료계 최소 1년 논의 필요"
"정부, OECD 자료 중 일부 통계만 공개하며 의사 확대 주장" 
"의대생들 의사국시 거부는 자해와 다름 없는 행위로 부정적 측면 많아"

"코로나19 사태는 학문적인 의학 육성 필요성 자각시킨 계기"

Q. 의대생들 반발이 거세다. 수업거부, 파업 동참에 이어 국시 거부까지 결정했는데 
굉장히 우려스럽다. KAMC는 수업 및 실습 거부와 같은 단체행동으로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 학교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마다 학칙이나 사정이 달라 일률적인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의사 국시 거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의대생들에게 국시 거부는 자해(自害)와 다름없는 행위다. 게다가 국시 거부에 따른 효과를 예상해보면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 반대를 하더라도 학생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명분이 생긴다. 전공의들은 의사면허를 갖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 후배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게 선배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Q. 의약분업 당시에도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한 것으로 아는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2000년대는 실기시험이 없어 국시 거부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만 지금은 몇 달에 걸쳐 실기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이 변경되면 생길 파장이 크다. 동맹 휴학 및 의사 국시 거부 사태를 막기 위해 의대협 측과 대화를 거듭 진행했지만 설득이 어려웠다.

Q.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라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소통을 하자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강요다. 이는 마치 '임금 동결'을 전제하고 대화를 하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선배 의사들도 예비 의사들을 보호해야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밀어넣어선 안 된다.

Q. 현안 외에 2년 임기 동안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처음 KAMC 이사장이 됐을 때부터 '학문적 의학(Academic Medicine)'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인데,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의학 학문을 발전시키는 일, 또 다른 일은 기존의 지식을 배워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의학(Practical Medicine)이다. 쉽게 말해 누군가는 의학을 만들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나눠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를 전달하는 데만 지나치게 몰두해 의학이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뒤쳐져 있다. 코로나19 같은 사건을 계기로 과학적 지식을 발전시켜 질병을 퇴치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학문적 의학 발전이 필요해 임기 동안 관련 제도를 만드는 일에 주력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매년 반복돼 나온다. 의학상 수상자가 탄생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의학상을 받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처럼 뛰어난 개인이 업적을 만들길 기다려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의학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KAMC는 의학교육과 연구가 발전해 학문적 의학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국내 의료의 수준이 한층 높아질 수 있는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로드맵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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