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여행객들 위한 고속도로 ‘공공병원’
안창호 안성휴게소의원 원장
2021.08.30 05:45 댓글쓰기
   [촬영 신용수 기자]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안녕하세요. 어디가 아프신가요?” 간혹 올라오던 천식이 최근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최근 마스크 착용을 오래 하다 보니 답답한 증세가 심해지곤 합니다. 천식 병력이 있는 분들은 평소에도 비상용으로 기관지 확장제를 갖춰두는 게 좋습니다. 하나 드릴까요?” 의사 진료 이후 기자는 병원에서 직접 기관지 확장제 스프레이를 건네받았다. 
 
예리한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수 있다. ‘병원에서 약을 준다고?’ 그렇다. 평범해 보이는 진료 과정이지만, 진료가 이뤄진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 한복판, 경기도 안성휴게소였다. 3년 전 문을 닫았던 안성휴게소의원이 공공병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데일리메디가 공공병원으로 다시 환자를 맞은 안성휴게소의원 안창호 원장을 만났다.
 
조제까지 원스톱, 고속도로 의료거점 개원 
 
안성휴게소의원은 경기도의료원 산하 유일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국가에서 지정한 의약분업 예외기관 중 하나다. 환자들이 처방약을 받기 위해 굳이 고속도로를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

안창호 원장은 “고속도로는 물론 도로를 벗어나도 근거리에서 조제할 약국을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이에 원내 약 80종의 약을 갖추고 조제까지 해결하는 ‘원스톱’(One-stop) 진료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휴게소 한복판에 어떻게 병원이 생기게 됐을까. 안성휴게소의원은 2018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 뒤 인수위원회가 ‘새로운 경기위원회’ 도민 정책으로 채택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2020년 4월 경기도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료기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가결하고 같은 해 6월에는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의료기관 설치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경기도는 경기도의료원과 안성휴게소 공공의료기관 운영 위‧수탁을 협의하고 12월 예산을 수립‧편성해 본격적으로 개원 절차에 돌입했다.
 
안 원장은 “올해 4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뒤 7월 준공 완료했다”며 “기존 사립운영 당시 병원 건물이 있었지만, 전면 보수가 필요해 새로 건설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5월에는 본인을 포함한 근무 인력 6명 선발을 완료해 7월 의료기관 개설 신고 및 승인을 완료하고 7월 16일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공공의료원에서 운영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은 세종시의원과 안성휴게소의원이 유이(有二)하지만 세종시의원은 주변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점점 역할이 줄고 있다. 그러나 안성휴게소의원은 고속도로 위 의료 거점으로서 역할을 점차 늘려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운전자‧여행객 위한 필수의료 제공하고 코로나19 예방접종도 개시

안성휴게소의원은 기본적으로 고속도로 이용객 중 응급 또는 아급성 환자에 대한 ‘골든타임’ 확보 및 즉각적인 진료보장을 위해 설립됐다.
 
안창호 원장은 “서울방향 안성휴게소는 경기도의 관문 역할을 하는 휴게소로, 충청‧전라‧경상 등 지방에서 수도권을 방문하려면 거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하게 또는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도 증상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운전자들에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외에도 버스‧화물차 등 상용 운전자와 휴게소 상주 근무자에 대한 의료지원도 필요했다”며 “상용 운전자의 과로 지수는 정상인 대비 2배,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은 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의료 제공이 필요하다는 경기도 의견이 있었다. 또 의료취약지인 안성 특성상 인근 주민의 의료 요구도를 충족할 필요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안성휴게소의원은 공공성을 목표로 설정한 병원인 만큼 필수의료 보장을 목표로 한다.

고속도로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오산 한국병원, 동탄성심병원 등 대형병원으로 이송 전 응급치료 및 골든타임 확보를 목표로 한다. 때문에 산소호흡기, 제세동기, X-레이, 심전도기 등 필수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운전자들을 위한 맞춤 솔루션도 제공한다.

안창호 원장은 “상용 운전자들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한 만성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또 운수업 종사자의 흡연율이 높은 만큼 금연클리닉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병원인 만큼 비급여 수익성 진료는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액주사만큼은 운전자들의 피로회복 및 졸음운전 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운영시간 또한 운전자를 고려해 결정됐다.

안 원장은 “안성휴게소의원은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2명의 의사가 요일을 나눠 근무 중”이라며 “평소에는 10~19시에 열고, 월요일과 목요일은 야간 운전자를 고려해 22시까지 야간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안창호 원장]
안성휴게소의원은 지난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도 개시했다. 상대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운수업자들도 업무 중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사 1명당 100명까지 접종이 가능하지만, 우선 시범운영 차 인원을 하루 60명으로 정했다. 2주~1달 뒤 접종을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휴게소에 위치한 의원에 예약자가 많지는 않다.

다만 귀경길에 접종을 받으려는 지원자들로 추석 연휴기간 접종 예약은 이미 꽉 찼다. 인원 확대를 고려 중이다.

안창호 원장은 “독감백신도 접종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휴게소 의원 특성상 많은 백신을 갖출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공중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 1개월 밖에 안됐지만 휴게소 공공의료 가치 확신하고 보람 느껴
 
안창호 원장은 원래 공공의료와 인연이 깊다. 오랜 기간 공군병원에서 근무해오면서 군내 의료현장을 누벼왔다. 특히 2008년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재직 당시 고산-이소연 우주인 훈련에 의료담당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휴게소에 위치한 최초의 공공병원이라는 독특함과 공공의료에 대한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 군의관으로 15년 이상 복무한 덕에 공공병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자체 취지에는 100% 공감했지만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며 “개원 이후 약 한 달 동안 운영해보니 환자들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향후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안성휴게소의원에는 현재 평일에는 약 5명, 주말에는 약 10명 정도의 환자가 내원한다.

안 원장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 병원이 있고 또 약까지 한번에 받을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 등이 활성화하면 환자들도 더 많이 찾고, 보다 활기찬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원 초기 방문한 독일인 부부는 진료 이후 굉장히 만족했고 이후 일부러 휴게소를 방문해 추가 진료를 하거나 지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인인 남편께서 의료보험이 없어 진료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원에서 진료 후 굉장히 만족하고 가셨고 이후 다른 가족까지 모셔와 추가 진료를 해서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안 원장은 마지막으로 안성휴게소의원이 앞으로 운전자와 여행객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병원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된 안성휴게소의원이 도로 위 공공의료 허브로 활약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지나가시는 길에 급하게 진료가 필요한 환자분은 언제든 방문해 주세요. 친절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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