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마지막 선택, 외과 의사들 시름 깊어진다'
계명대 동산병원 강구정 교수
2021.09.27 05:1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뜨거운 감자던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일부 병원의 대리수술에서 촉발된 논란이 법제화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의료계는 역기능에 우려를 표하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수술, 마지막 선택'이란 책자를 발간한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강구정 교수 역시 수술실 CCTV 설치법에 우려를 나타냈다. 20여년 간 외과의사로 수술을 집도해왔던 그는 "외과는 20년 전 보다 더 척박해졌다"는 우려로 말문을 열었다.

Q. 수술실 CCTV 설치가 현실화됐다
20년 넘게 외과의사로 환자를 치료해왔다. 온종일 6~7시간씩 수술을 하며 사력을 다했다. 내일도 7시간 수술이 잡혀 있다.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외과는 여전히 어렵고 젊은 의사들은 지원을 꺼린다. 좀 더 인내하면 달라지겠지 기대했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수술실에 CCTV까지 설치된다면 외과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집도만으로도 엄청난 집중력과 긴장감을 갖게 되는데, CCTV 설치로 매순간 조심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진다. 어느 의사가 이런 어려움을 견디며 어려운 수술을 도맡으려고 할까. 가뜩이나 중환자 진단과 진료를 기피하는 시대인데 외과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Q. 외과 전공의 부족은 심각하다
사실이다. 전공의가 지원을 해야 의료현장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며 과가 발전하는데 지금은 거의 전무하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내 아들이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을 정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술실에서 손발이 돼 줄 수련의가 줄면서 전문간호사 이슈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가 바퀴 없이 달릴 수 없듯이 수술도 외과 레지던트 없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외과 전공의 부족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전담간호사(PA)로 그 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이 생겼다. 

Q. PA 제도 역시 논란이 많은데
수술을 하는데 있어 전공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다. 아픈 환자는 병원을 찾으니 숙련된 간호사가 전공의 2년차 정도가 할 수 있는 보조적인 업무를 맡아 한다. 대신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Q. 대리수술, PA 등을 해결하려면
일선 의사가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일련의 이슈들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다. 대리수술은 개원의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물질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 가치이고 능력인 것처럼 평가하는 사회가 몰고 온 폐해일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것,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CCTV 설치로 중요한 수술 때 집중력과 긴장감 외 엄청난 압박감까지, 외과 존립 우려" 
"외과 전공의 지원자 거의 없고 환자는 병원 찾고, 그러다 보니 전담간호사(PA) 불가피" 
"글 통해 환자와 소통하며 이해 폭 넓히고자 한다", '수술, 마지막 선택' 책자 발간

Q. 본질적인 가치란 무엇인가
의사라는 직업으로 국한하면, 제대로 된 가치관이나 정체성 확립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무엇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의학 교육에서 인문학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의과대학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 등을 읽으며 학생들과 문학을 통해 삶을 고찰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Q. 글을 쓴 것도 이런 연유에서인가
진료, 수술, 연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 기록들을 모아 책을 냈다. 수련의부터 부교수 시절까지 생생한 경험과 생각을 모은 책인 '나는 외과의사'로 논픽션상을 받기도 했다. 

Q. '수술, 마지막 선택'을 출간한 배경은
먼저 환자를 진료하면서 수술에 관한 의학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 의사는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 환자가 자기 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기 어렵다. 그런 아쉬움이 있어 책을 썼으며, 또 다른 이유는 의료인만 알 수 있는 의료계의 속사정과 함께 의료인의 고뇌와 감동까지도 전달하고 싶어서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외과의사로서 가진 경험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자 글을 썼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외과는 즐거운 3D'라는 글을 좋아한다. 밤을 세워 간 이식을 했던 경험에 대한 것인데,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지만 일에 의미를 불어넣으며 외과의사로서 존재가치를 느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이런 의료현장 경험을 공유하며 환자와 의사 간 이해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희는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내게 다가오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 의료를 베풀면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여겨졌다. 부족함은 언제나 있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충분히 채워지는 것 같다. 욕망보다는 좀더 가치 있는 일에 삶의 기준을 둔다면 행복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앞으로 계획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이제는 마무리를 잘 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바른 가치관을 갖고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인 인문학 강의에 더 시간과 열의를 바치려고 한다. 진료를 하며 틈틈히 적어놓았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낼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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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ㅂㅅ들아 10.01 18:40
    일부? 전문직 성범죄 의사가 2016년 후로 1등 찍었는데 일부? 처벌도 받기 싫다 cctv도 싫다. 그냥 다 반대할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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