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강해야 의사들 정치력도 강해진다'
박보연 충남도의사회장
2021.11.02 06:0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원격의료에 대해 격오지 및 장애인·의원급 등에 한해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시의사회에서 원격의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충청남도의사회장이 원격의료 관련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의사 희생으로 쌓인 건강보험재정을 소진시키는 문재인 케어 중단, 그리고 여전히 핫한 수술실 CCTV 설치법 관련 현안에 대해 박보연 충남도의사회장은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피력했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최근 박보연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편집자주]
 
Q. 충청남도의사회장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졌다. 당선 원동력은 무엇인가
A. 시대별로 요구되는 리더십은 다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회원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회원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다양한 주장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다. 나만 잘할 수 있다기 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리더십, 불통-분열-무소득 투쟁보다는 소통-화합-영리한 협상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Q. 회장 당선 때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또 당선 후 언급했던 '영악한 집행부' 의미는
A. 무엇보다 집행부 임원들 간 소통이 중요하다. 임원들끼리 소통하고 화합하지 못하면 회원과의 소통은 공염불이다. 시군에서 주요 임원을 맡아 일하면서 의욕과 지략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분들을 도의사회 임원으로 선임했다.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고 회원 권익 향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들이 모여 있다 보니 가끔 의견 충돌이 있을 때가 있는데, 이때 회장이 중재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만들고 있다. 영악한 집행부란 투쟁에서 지지 않는 다는 뜻이다. 손자병법 원문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백전불태란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즉 지지 않는 싸움을 한다는 의미다.
 
Q. 회장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 중 현재 어떤 것들을 추진하고 있나
A. 공약 머리글자를 따서 CASEH를 공언했다. Communicative(소통하는 의사회). 우리 의사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도의사회, 의협에 대한 회원들 무관심이다. 제1 공약을 회원과의 소통으로 정했다. 충남도의사회장 선거 무투표 당선 관례에서 벗어나 회장 선거를 시행했고, 회장이 누구인가에 대해 전체 회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었다. 충남의사회 유튜브 채널을 신설해서 회원들이 도의사회를 손쉽게 만날 수 있게 했다.
Advantageous(이익이 되는 의사회). 코로나19 백신 신속대응팀을 만들어 백신접종 관련 혼란을 정리했고, 회원-의협-질병관리청으로 이어지는 소통 통로를 이용하면서 회원들의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려고 노력했다. 회원권익위원회를 활성화시켜 현지조사, 부당한 행정관청 압박에 대응해 회원들과 고통을 함께 하고자 했다. 도지사 및 도 보건정책과와 돈독한 민관 협조관계를 만들어 우호적 환경을 조성했다. 법무-노무밴드를 신설, 운영해 회원들의 관련 업무 해결에 이바지하고 있다.
Smart(영리한 의사회). 정부·여당이나 타 직역 등과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회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쟁보다는 지략으로 이기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Elegant(품격 높은 의사회). 복지사업위원회를 활성화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기부활동 및 해외 물품지원 사업을 진행코자 한다. 대학병원 소속 회원들의 사기 진작 및 학술 발전을 위해 충남도의사회 학술상을 제정하고, 내년 춘계학술대회 때 시상할 예정이다.
Harmonious(화합하는 의사회). 충청남도 내 5개 의약단체장 모임을 재결성하고, 도의사회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도민 건강에 기여하고 있다. 
 
Q. 위드 코로나가 의료체계에는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A. 개인의원에서 독감 간이키트처럼 검사해서 코로나 확진이 가능해지고,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가 발명돼야 진정한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도 일반 독감과 구별하기 힘들고 심지어 열이 없는 환자도 있다. 의원에서 코로나 확진 환자를 진료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자가격리 및 의원 휴업여부다. 코로나 확진 검사가 현재처럼 PCR일 경우 의원급 대처는 한계가 있고, 의원들이 더욱 안전하고 적극적으로 진료를 하려면 코로나 전담병원의 진단역량을 늘려 의원에서 의뢰하는 검사들을 신속하게 소화토록 해야 한다.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접촉이 있어도 지역사회 내 전파 및 의원 운영중단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의원은 부스터샷이나 매년 정기접종에서 빠른 접종 완료율을 만들어 내고, 오접종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다. 아울러 코로나 전담병원의 병상 수 유지와 사역량은 장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Q. 불법 대리수술, 수술실 성추행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의료계도 자율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A. 천안시 의사회장 시절 실현 가능한 자율정화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검찰, 심평원,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등을 방문해 담당자와 면담한 적이 있다. 결국에는 의협이 대한변호사협회처럼 자율징계권을 갖는 방법 밖에 없다. 말초단계 필요조건은 지역 신규 개원 시 시, 군, 구 의사회에 신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 내용을 천안시에 강력히 주장했으나 시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를 핑계로 일선 의사회에서 어디에, 누가 신규 개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자율정화는 요원한 꿈인 것 같다. 이필수 의협 집행부가 자율징계권을 쟁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Q. 일부 시도의사회는 의협 집행부에 협조하면서 견제도 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16개 광역시도 의사회장들은 13만명 의사들을 지역별로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민초 회원들 뜻을 가장 잘 알고 그것을 중앙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협조, 견제는 이분법적 용어다. 자칫 개인감정에 치우칠 위험성이 있어 의협 대 시도의사회 관계에서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의협 산하지부라 할지라도 의협 집행부가 대다수 회원들의 뜻에 어긋나는 회무를 집행코자 할 경우, 16개 시도의사회가 지혜를 모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Q. 취임 후 이필수 회장은 국회 등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A. 반복되는 지루한 투쟁으로 회원들이 많이 지쳐 있을 때 신임 집행부가 탄생했다. 대외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통해 적잖은 성과를 보이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회원들이 길거리로 나서서 몸으로 하는 투쟁 말고, 대화와 영리한 협상을 우선하는 머리로 하는 투쟁방향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

"공약 머리글자 따서 CASEH 명명, 회원을 위한 단체 지향"
"변협처럼 자율징계권 확보해야 내부 정화 가능, 이필수 회장이 성과 내길 기대" 
“대화와 영리한 협상을 우선하는 머리로 하는 투쟁 방향 바람직"
"격오지역 및 장애인, 의원급 한해 원격의료 고려"
“안정된 의료인력 공급 대책은 바로 적정한 의료수가”
 
Q. 최근 수술실 CCTV 등을 두고 상시투쟁체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 수술실 CCTV법은 우리나라 의료가 전 세계로부터 대망신을 당한 사례다. 환자 인권은 무시됐고, 최고 수준의 수술을 받는 건강상 이익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 의사들의 대표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필수 회장 한 명입니다. 상시투쟁체를 만들어 투쟁위원장을 임명한들 정부, 국회로부터 협상 상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투쟁을 하든, 협상을 하든 이 회장이 항상 선두에 서야 하지만 대외적으로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을 때에 한시적인 투쟁체를 조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의사들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의협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나. 또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A. 의사들이 정당한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지지가 필수다. 국민 지지를 얻는 첫걸음은 의협 존재와 그 중요함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 있는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의협 존재가 요즘은 국민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에게는 그저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단체로 왜곡돼 남아 있다. 의협 집행부가 신문, 방송을 통한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로 의사들의 활약상을 드러내 주기를 희망한다. 
도의사회장은 지역 정치인 역할을 해야 한다. 도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도지사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하며, 도민 건강을 위한 행사에 항상 참여해야 한다. 도민 건강을 지키는 노력에 도의사회가 선두에 서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다. 천안시의사회장 4년 동안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불우이웃, 소외계층 청소년, 소아 암환자들을 위한 기부금 행사를 매년 주최해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의사의 숙명이다.
 
Q. 내년초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마무리된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평가는
A. 인간의 기본적 욕망과 의료현장 실상을 모르고 표만 의식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참사다. 원가 80%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사들의 희생으로 쌓아 놓은 건보 적립금을 매일매일 깎아 먹는 문케어는 지금 당장 중지돼야 한다. 국민건강을 수호하려는 의사들의 충고에 귀를 닫고, 편향된 이념을 가진 분들이 거대 여당의 힘을 빌어, 그들 입맛대로 국민 건강 백년대계를 재단해 내는 것은 큰 불행이다. 정부는 당장의 표만 의식하지 말고, 의협 집행부 등 전문가들과 함께 적정 비용, 적정 보장 정책을 수립해 건강보험 재정을 과도하게 낭비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Q. 대선을 앞두고 의료계가 정치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어느 직역이든 회장은 많은 회원들의 지지와 재정적 여유가 바탕이 돼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의사들의 정치력 약화는 남 탓이 아니고 바로 우리 자신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의협 회비 납부는 의사 의무이자 권리다. 회원들의 회비 납부율을 보면 실망스럽다. 완전한 회비 납부로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 줘야만 정치인들이 의사들의 단합된 힘을 두려워하고, 의정 합의 파기 같은 망언을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의사 정치력은 의협 회비 납부율에서 나온다. 
 
Q.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 공공병원 설립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취약지 공공병원 추가 설립 등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A. 의료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지역에 공공병원이 설립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도내 일부지역의 공공병원은 정치인의 업적을 위한 포퓰리즘(시, 군 조례 개정을 통한 무료 진료, 할인 진료 등)이 자행되고 있어 민간의료시장을 붕괴시키고, 민간 의료기관의 신규 진입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공공병원은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민간이 손댈 수 없는 공공 의료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지역 의료기관과 동등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Q. 지방으로 갈수록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체감하는 인력부족 현황은 어떤가
A. 인력 부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신규직원 채용 시 요구하는 월급 수준이다. 충남지역도 간호사, 의료기사의 월급이 많이 올랐다. 초저수가 상황에서 계속 월급을 올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회원들의 고민이 크다. 병의원 직원의 월급은 결국 의사가 행하는 진료 행위에 의해서 창출된다. 의료 수가를 현실화 시킨다면 직원들의 급여도 인상할 여유가 생기고, 그렇게 된다면 집안에 숨어있던 장롱 면허자들이 보다 나은 수입을 위해 의료현장으로 나오게 된다. 안정된 인력 수급 대책은 의료 수가다.
  
Q. 올해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원격의료와 관련 집행부에 위임했다. 원격의료에 대한 견해는
A. 환자 진료는 문진, 시진, 청진, 촉진, 타진의 기술이 융합된 종합과학이다. 문진과 시진으로 제한된 원격의료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또한 일부에서 시도되고 있는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영리화 정책에도 결사 반대다. 격오지 등 거주자나 장애가 있는 분들에 국한해서 지역 내 1차 의료기관의 원격의료는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원격의료 장비의 국가 보조, 미흡한 신체 진찰로 인한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 지원, 의사 필요가 아닌 환자가 원해서 2차 의료기관 전원 시 의무기록 전자적 전송과 함께 자부담의 고가 의뢰료 부과, 3차 의료기관 원격진료 불허 등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의료쇼핑으로 인한 재정낭비, 거대 자본에 의한 의료영리화 등을 방지하면서 진정한 원격의료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원격의료는 정치권에서 이미 많은 진도가 나가있는데 의료계 일부 리더들은 원격의료에 대한 대비책 논의조차 금기시 하고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피할 수 없는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Q.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미우나 고우나 의사들 대표 단체는 의협이다. 많은 의협 임원들이 보수도 없이 생업을 희생해서 모든 의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사들 대표인 의협이 강해져야 의사들 정치력도 강해진다. 정치력이 강해져야 무능하고 포퓰리즘적인 정치인들에게 저항할 수 있습니다. 의협이 강해지려면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 회비 납부가 중요하다. 13만 모든 회원들의 완전한 회비납부를 통해 의협이 강해지고, 모든 의사들도 함께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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