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선도 서울의대, 이젠 글로벌 지향”
김정은 신임학장
2022.02.14 05:5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에게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열에 아홉은 “서울의대 교수입니다”라고 답한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얘기다. 역사, 전통, 위상, 권위 등 대한민국 의료의 절대적 존재감에 이견을 제기할 이는 많지 않다. 때문에 그동안 ‘서울의대’라는 배경이 갖는 무게감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그러한 서울의대도 급변하는 시대적 파고에 정체성 재정립을 요구받고 있다. 옛 명성에 안주하기에는 외부환경 변화가 심상찮다. 지난해 연말 취임한 서울의대 김정은 학장 역시 정체성 재정립 필요성에 공감하며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의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리더십, 위상은 그대로 방식은 다르게”
 
김정은 학장의 취임 일성은 ‘서울의대 답게’였다. ‘의학의 리더’라는 정통성은 유지하되 시각을 달리하는 접근방식이다.
 
과거 서울의대의 학문적 수월성은 과히 독보적이었다. 진료와 교육, 연구에서 서울의대가 걷는 길이 곧 모범이고, 지향점이었다.
 
때문에 각 분야 학술활동의 주축이었고, 신생 의과대학의 자리매김 주역도 서울의대였다. 그야말로 본교는 물론 타교를 통해서도 국내 의학 발전을 이끈 ‘리더’였다.
 
그만큼 정보 편중도 심했다. 서울의대라서 가능했던 술기와 진료, 연구 등이 즐비했다. 
 
하지만 서울의대 출신들이 진출했던 의대 및 병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균형추의 위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보의 경계도 허물어지면서 서울의대 편중화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김정은 학장은 “과거 서울의대는 학문적 수월성이 독보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시대 변화에 맞춘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의료를 호령하던 서울의대는 이제 국제무대로 시선을 돌려 글로벌 의학의 리더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카데미 리더십’을 함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오른 연구력을 바탕으로 외국대학 및 학술단체들과 보다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세계의료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정론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학문에만 몰두하기 보다 사회현상에 보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기로 했다. 일명 ‘퍼블릭 리더십’이다.
 
그는 “그동안 서울의대는 의료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에 소극적으로 임했지만 이제부터는 사회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제되지 않는 정보의 폐해를 경험했다”며 “전문가들이 모여 충분한 의견을 나누고 모아진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학장의 리더십 로드맵의 마침표는 ‘학생들 리더십’이다. ‘서울의대’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이 되지 않고, 주변과 공감할 줄 아는 포용의 리더십을 심어주겠다는 의지다.
 
그는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을 포용할 줄 알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승복할 줄 아는 리더십을 함양하고자 한다”며 “진정한 의료는 지식 보다 지혜에서 발현된다”고 설파했다.
 
“다양성 시대, 다름을 인정하는 학풍 조성”
 
김정은 학장이 지향하는 또 다른 가치는 ‘모두 함께 멀리!’다. 여기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풍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가 투영돼 있다.
 
성별, 출신, 근무지, 전문과목 등 어느 부분에서도 차별과 기울어짐 없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고질적 병폐였던 ‘순혈주의’는 지단한 노력 끝에 상당 부문 개선됐지만 여전히 학내에는 다양한 차별과 역차별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의대 교수들의 경우 본원, 분당, 보라매, 강남센터 등 소속 기관에 따라 유‧불리가 존재하고, 기초와 임상, 메이저와 마이너 진료과목 간에도 차별이 작동한다.
 
앞서 교수들의 연구력 함양을 위해 도입한 논문 정성적 평가방식 개선도 예고했다. 논문의 양 보다는 질을 인정하겠다는 취지 이면에도 차별이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서울의대는 연구 성과지향주의가 양산한 ‘논문 숫자 늘리기’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기 위해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로 전환했다.
 
논문 숫자에 연연하는 평가방식 대신 논문의 질에 무게추를 싣겠다는 복안이었다. 즉 논문 쪼개쓰기가 아닌 제대로 된 성과물을 중시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과목별로 논문 중요도의 척도인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IF)가 다른 만큼 마이너 과목 교수들은 상대적 열세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의대 정체성 재정립하고 기울어진 운동장 없애겠다"
 
김정은 학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도록 최대한 자원 배분, 연구, 교육 등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며 “특정 그룹이 아닌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할 미래”라고 힘줘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다양성에는 커리큘럼도 포함돼 있다. 단순한 임상의사 양성의 요람이 아닌 의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학사와 석사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학·석사 연계과정’ 활성화를 비롯해 KAIST 등과 ‘의사과학자 양성협의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업방식 및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융합형 의사과학자가 육성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다.
 
김정은 학장은 “커리큘럼 변화 보다는 인재교육시스템 강화가 중요하다”며 “의사과학자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진로 기회를 열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뇌혈관 수술 권위자인 김정은 학장(신경외과)은 1970년 제주 출생으로 서울의대 졸업(1993년) 후 서울의대 의학과장, 연구부학장 등을 역임했다.


댓글 1
답변 글쓰기
0 / 2000
  • Dr 02.14 08:44
    아무도 읽지않는, 아무도 인용하지 않는 '쓸모없는 논문쓰기 경쟁'을 멈추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