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암 진료·연구·교육 선도하는 4차 암병원”
양한광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2022.04.06 12:15 댓글쓰기
최근 국내 암 치료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정밀의학 발전으로 보다 세밀한 암종 진단이 가능해졌고,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초고가 장비가 속속 등장하면서 암 정복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다. 암 치료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암 환자를 치료하는 빅5 암병원장들 역시 분주해졌다. 발전된 암 치료법이 국내 실정에 알맞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표준을 제시하는 게 이들의 임무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병원 현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는 상황에서 데일리메디는 빅5 암병원장들에게 향후 국내 암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⓵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⓶ 양한광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⓷ 허수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⓸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⓹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장 
※ 병원명 가나다 順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지향점은 명확했다.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암치료를 선도하는 ‘국가중앙 4차 암병원’. 양한광 서울대학교 암병원장의 답은 명료했다.
 
국내 의료기관과의 경쟁관계를 탈피함과 동시에 공유와 협력을 통해 세계화를 함께 하는 ‘국민의 암병원’이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4차 암병원은 또 다른 계급화나 서열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교육, 연구, 진료, 공공의료, 의료정책을 아우르는 역량 강화 의미”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동안 진료에 함몰됐던 패턴의 전면적 개혁을 통해 대한민국 암치료 발전을 선도하는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개념적 의미”라고 부연했다.
 
사실 그동안에도 서울대학교 암병원은 국내 암치료 표준을 제시해 왔다. 임상 가이드라인과 병기(病期) 설정의 주축이었다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할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암환자 쏠림현상으로 교육과 연구 대비 진료 비중이 월등히 높아지는 등 기형적 성장을 거듭하는 구조였다.
 
이에 양한광 병원장은 지난 2020년 6월 취임 이후 ‘4차 암병원’을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장 도드라진 행보 중 하나가 ‘암병원 센터 역량 평가’였다. 4차 병원으로서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현주소 진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암종별 16개 센터를 대상으로 평가에 들어갔다. 주목할 점은 평가지표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교육‧연구 지표에 절반에 가까운 40점을 배정했다.
 
각 센터의 손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경영지표에 배정된 점수는 10점에 불과했다. 진료가 아닌 교육‧연구를 통한 암치료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평가결과도 과감하게 공개했다. 다만 당초 취지와 달리 각 센터별 위화감 조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획기적인 작명으로 평가를 내렸다.
 
△월드리딩센터 △월드클래스센터 △우수센터 등 3개 등급으로 나눴다.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된 ‘월드리딩센터’에는 유방센터, 종양내과센터, 위암센터, 폐암센터, 뇌종양센터가 선정됐다.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춘 ‘월드클래스센터’에는 부인암센터, 간암센터, 갑상선구강두경부암센터, 비뇨암센터, 갑상선센터, 척추종양센터, 혈액암센터, 췌장담도암센터가 인정 받았다.
 
피부암항암제특이반응센터, 대장암센터, 근골격종양센터 등은 아직 세계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상위권인 ‘우수센터’로 선정됐다.
 
각 센터에는 별도의 인증서도 발급하는 한편 센터장 회의를 통해 평가결과를 되돌아 보고 향후 발전 방안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4차 병원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냉철한 평가가 필요했다”며 “첫 평가결과는 고무적이었고, 향후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했다.
“암수술 난이도 따라 전문의도 자격 구분”
 
그는 대형병원 암환자 쏠림현상에 대한 지방병원들의 우려에 십분 공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지방병원 암환자 감소에 따른 술기 수준 저하에 우려감을 표했다.
 
암(癌) 진단만 받으면 ‘묻지마 서울행’을 택하는 환자들로 인해 지방병원 의사들은 점점 암 관련 진료나 수술할 기회가 줄어들고 이는 의술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병원 선택을 강제할 수도, 전국 모든 의료기관을 빅5 병원으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빅5 병원 암환자 쏠림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으로 암수술 난이도에 따라 전문의를 구분하는 파격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일명 ‘종합종양외과의(General Surgical Oncologist)’로,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에서 간단한 암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를 말한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암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심각한 문제”이라며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환자들은 중증도 혹은 수술 난이도와 무관하게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한다”며 “수 개월을 기다리다 치료시점까지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환자들의 수도권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에 있는 종양 전문의들은 수술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이는 술기 수준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종합종양외과의’ 도입을 제안했다. ‘모든 암수술을 할 줄 아는 의사’의 개념을 탈피해 수술 난이도에 따라 영역을 달리하자는 얘기다.
 
외과 전공의 수련을 마친 전문의들이 펠로우 과정을 시작할 때 자신이 설정한 진로에 따라 교육과정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즉 펠로우 과정 동안 고난이도 암수술이 가능한 전문의사와 저난이도 암수술이 가능한 전문의사로 구분해 교육을 시키는 개념이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외상외과 △간담췌 △대장항문 △소아외과 △위장관 △유방질환 등 외과계열 세부분과 전문의는 고난이도 암수술이 가능한 전문의사에 해당한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모든 외과 의사들이 고난이도 암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며 “중소병원에서도 얼마든지 간단한 암수술은 가능토록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종합종양외과의는 바로 저난이도 암수술이 가능한 인력이다. 이들이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간단한 암수술 정도는 수행하고, 고난이도 수술은 상급종병에 의뢰토록 하는 개념이다.
 
그는 “종합종양외과의가 지방 2~3차 병원에 포진할 경우 간단한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날 수 있는 암환자들이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과계열 학회 간 공감대가 형성된 단계인 만큼 향후 구체적인 도입 방안이나 교육과정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함을 견지했다.
“당신과 함께 합니다”
 
양한광 병원장은 ‘동행’이란 단어를 중시했다. 서울대학교 암병원이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환자와 직원 등 일차원적 대상은 물론 보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 수술장비를 판매하는 의료기기 업체 등 병원과 관련한 모든 이들이 동행의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환자’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항암제 치료실 공간 및 인력 부족으로 대기시간 증가에 따른 민원이 증가하자 주저없이 병원장실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장루 및 요루 화장실을 조성했다. 대장암 환자 등 배변‧배뇨 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루‧요루 환자를 위한 전용 화장실이었다.
 
특히 공사비 일부는 위암환자와 가족 등의 기부로 충당을 해 의미를 더했다. 
 
그가 추구하는 ‘동행’의 또 한 축은 ‘술기 공유’다. 많이 배우고 많이 공유해야 보다 나은 치료를 할 수 있고, 그 만큼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미국 CSMC(Cedars Sinai Medical Center)와 공동으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CSMC는 타이거 우즈가 교통사고로 수술 받은 병원이다.
 
또한 오는 5월에는 중국 북경대학교 암병원과 심포지엄이 예정돼 있고, 6월에는 CSMC와 두 번째 학술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의료진과의 공유 노력도 지속적으로 전개 중이다. 매년 4차례 이상 지역 병의원 의료진 대상 연수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들 간 ‘동행’도 중요한 가치다. 양한광 병원장은 신생 연구그룹 형성 및 외부연구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Small Reserch Group’을 운영 중이다. 
 
4차 병원을 지향하는 서울대학교 암병원 ‘동행’의 정점은 중소병원들과의 호흡이다.
 
환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대상이 아닌 건전한 의료전달체계가 가동될 수 있도록 각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대학교 암병원 회송률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증이거나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들을 지역 병의원으로 보내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2019년 2.45%였던 회송율은 2020년 3.24%, 2021년 3.70%로 증가 중이다. 서울대병원 본원 2.8%, 어린이병원 2.2%와 비교하더라도 단연 높다.
 
양한광 암병원장은 “현 시스템 내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이 회송”이라며 “앞으로 지방병원과의 상생을 위해 회송실적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