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존중→환자 만족도 향상, 선순환 문화 정착"
김선미 대구파티마병원장
2022.10.24 05:40 댓글쓰기

압도적이었다. 의료진에 대한 환자들 만족도가 우리나라 전체 병원 중 ‘1위’였다. 특히 의사 서비스 항목이 90점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병원이었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종합병원은 물론 대학병원들도 범접하지 못할 만큼 확고한 성적표였다. 60년 넘는 세월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폈던 존재 이유가 다시금 확인되는 계기였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최근 발표된 제3차 환자경험평가에서 전국 종합병원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환자경험평가는 환자들 만족도와 직결되는 만큼 병원 입장에서는 최고 수훈이다. 물론 경영지표를 중시하는 병원들이 대부분이지만 적어도 뼛속까지 ‘환자중심’으로 중무장된 대구파티마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만족하는 병원’이라는 타이틀 보다 더 값진 상은 없었다. 그럼에도 김선미 병원장은 애써 들뜬 마음을 억누르려 애썼다. 자칫 어렵사리 이뤄놓은 소중한 문화에 ‘자만’이라는 불청객이 엄습할 수도 있음을 경계했다.


병원 운영 결정에 의료진 적극 참여


환자경험평가 ‘1위’라는 결과 뒤에는 김선미 병원장 뚝심과 소신이 자리한다. 의료진을 존중하고 조직원을 보듬는 경영철학이 투영된 결과다.


실제 그는 취임 이후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의료진을 참여시켰다. 환자와의 최근접 거리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게 병원경영의 시작이라는 소신이었다.


성직자들이 의료진 위에 군림(?)하기 십상인 여느 종교단체 병원들과는 달리 대구파티마병원은 철저히 의료진 중심으로 시스템을 가동했다.


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의료진이 병원 운영 전반에 목소리를 내고, 그 뜻이 반영되는 구조의 효과는 실로 폭발적이었다.


김건우 의무원장을 중심으로 의료진이 뭉치기 시작했고, 공동체 의식으로 무장된 의료진은 병원의 지향점인 ‘환자중심 의료’를 실천해 나갔다.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면 연구비든 장비든 아낌없이 지원해 주는 병원의 운영철학과 환자를 위해 쉼 없이 술기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료진의 열정이 시너지로 발현됐다.


그 결과 대구파티마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각종 질병 평가에서 1등급을 받으며 의료 수준의 우수성을 입증시켰다.


"의료현장이 전쟁터라면 의료진은 장수, 성직자는 참모"


김선미 병원장은 “진료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고귀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투하는 의료진이 장수라면 성직자들은 뒤에서 조력하는 참모”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의료진이 병원운영 전반에 걸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구호가 아닌 진정한 환자중심 의료를 구현해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물론 보이지 않은 곳에서 병원을 위해 애쓰는 직원들을 보듬는 김선미 병원장의 세심함도 조직문화에 녹아 내리고 있다.


김선미 병원장은 취임 후 설, 추석 등 양대 명절에 청소, 주차, 보안요원 등을 일일이 찾아 1만원과 함께 격려와 감사의 말을 건네는 일을 거르지 않고 있다.


비록 적은 액수일 수 있지만 결코 여유롭지 않은 성직자 품위 유지비를 털어 마련한 마음임을 알기에 해당 직원들은 몇 곱절 이상의 감사함을 표한다.


그는 “물론 병원은 의료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지만 진료지원 부서부터 궂은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까지 모든 구성원들 땀과 노력의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대규모 리모델링’ 완료


김선미 병원장의 경영철학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변화와 함께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일궈냈다. 코로나19 사태 어려움 속에 이룬 변화이기에 의미를 더한다.


실제 대구파티마병원은 지난해부터 ‘환자 중심 의료’를 기치로 8층 병동부터 1층 로비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음압격리병실, 중환자실 등 감염과 안전 관리를 위한 최신 설비를 갖춘 것은 물론 협소했던 1층 로비를 대폭 확장해서 내원객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외래진료실은 넓고 쾌적한 대기공간를 확보했고, 진료실과 검사실의 효율적 배치를 통한 동선 최소화, 접수‧수납 원스톱 서비스 창구 개설 등 환자 편의 제고에 심혈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각각 다른 층에 분리돼 있던 소화기센터와 담석센터를 한 곳으로 모으고, 내시경실과 회복실을 증설해 대기시간을 대폭 줄였다.


기준병실도 기존 6인실에서 4인실로 변경하고 최신 설비를 갖춘 병실 환경을 구축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토록 했다.


각 병동에는 재실 현황 모니터를 설치해 환자 및 담당 의료진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환자의 금식, 안정 등의 상태를 나타내는 전자명찰도 도입했다.


특히 감염병 사태 대비를 위해 음압격리병실을 갖췄다. 19병상의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동과 응급의료센터 내 음압격리병실 2병상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4개의 음압격리실과 유사시 전체를 음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환자실 12병상도 만들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했다.


김선미 병원장은 “모든 리모델링과 설비는 철저히 환자를 중심에 두고 이뤄졌다”며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수행해야 할 소임


대구파티마병원은 환자가 있고, 환자를 위한 길이라면 험로(險路)로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병원들이 수지타산을 이유로 기피하는 응급, 그것도 소아환자를 위한 응급진료 시스템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소아 응급환자의 진료 공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추가 채용해 24시간 소아응급환자 진료체계를 마련했다.


저출산에 따른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사태로 진료량이 급감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졌지만 소아진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었다.


김선미 병원장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소아응급진료를 사수하고 있지만 운영할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24시간 소아응급진료를 운영하기에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필수의료를 지켜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대구파티마병원의 선한 행보는 국경도 가리지 않는다. 1998년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파티마성모자선회’는 어려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선회 발족 이후 이주노동자, 탈북민 등 의료 취약계층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몽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의료봉사를 시행 중이다.


올해는 탄자니아 희망 나눔 캠페인을 전개했다. 2월부터 물품 모으기로 시작한 캠페인은 직원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기부와 후원을 받아 총 521박스를 모았다.


9월에는 탄자니아 결식아동 및 독거노인 급식비 지원 캠페인을 시행, 2300만원을 모금해 파티마성모자선회를 통해 탄자니아에 전달될 예정이다.


김선미 병원장은 “소외계층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념 실천은 파티마병원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은 치료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도움이 절실한 그들에게 섬김과 돌봄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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