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최근 “의사 수 증원에 의사와 합의할 이유는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 의료계가 “망언”이라고 비난하며 “정부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강행을 저지하겠다”라고 표명했다.
박 차관은 지난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의료계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란 질문에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 정책이다. 법에 합의하라고 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오늘(26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는 정부 최고위 공직자의 입에서 나온 이 망언이 윤석열 정부 입장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9‧4 의정합의문은 휴지 조각인가”라고 반문하며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정책 추진 당시 총파업으로 맞선 의료계와 9‧4 의정합의를 맺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등 의료정책을 논의키로 했다.
박 차관은 22일 “의대증원 숫자를 갖고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데, 그 결정 과정에 제일 중요한 당사자인 의료계 및 환자, 소비자 의견을 계속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구체적으로 숫자 얘기를 시작했으니 합의하면 좋겠지만 협의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긴밀한 상호 협의를 통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는 토대를 마련하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행태는 이전 정부보다 더 몰상식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붕괴 위기를 맞은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정치적 논리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충언을 직역이기주의로 폄훼하지 말라.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재앙을 맞을 것이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협의회는 “정부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 강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