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의료기기 소분판매 등 유통구조 악습으로 인해 UDI(표준코드)제도의 정착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협회 유철욱 회장은 최근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유통구조위원회 설립을 통해 투명한 유통구조 조성 및 공정한 의료기기 거래행위 정착을 통한 의료기기 유통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협회는 그동안 간납사 폐단과 복잡한 의료기기 유통 구조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는데, 앞으로 유통구조위원회를 통해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확립 및 구조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협회가 이 같은 목표를 설정한 것은 첨단기술 도입으로 의료기기산업의 형태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구조는 고질적인 악습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철욱 회장은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10조원대에서 20조원까지 확대되고 있고,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기도 많이 납품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직판·대리점·간납사·약국 등 복잡다양한 유통 구조가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문제로 꼽히는 소분판매, UDI 정책 등 효과 낮춰"
예전부터 있어왔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소분판매다. 소분판매란 의료기관에서 한 패키지 내에 있는 제품 가운데 필요한 규격 혹은 갯수의 제품만 납품하기를 바라는 데서 생겨난 관행이다.
현재 UDI 정책은 의료기기 유통 추적을 통해 안전성 등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소분판매 관행이 이어지다 보면 패키지에 부착한 바코드와 실제 유통 경로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낮추게 된다는 지적이다.
유 회장은 "대형 간납업체라든지 병원에서 소분 판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공급내역 보고 정책의 본래 취지가 훼손된다"며 "현재 소분판매 금지 규정 법안이 개정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제품 유통이 제조사의 공급과 유통, 병원으로 이어지도록 단일화돼야 가격 거품이 줄고 제조·판매사가 들이는 비용도 대폭 감소할 수 있다. 지금은 기업에서 제품 생산부터 납품까지 전 과정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통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의료기기를 판매하고 있어도 관련 데이터를 전혀 확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과정에서 신생 벤처기업들이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결국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도 법안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유 회장은 “사실 비용 소모가 너무 많아 대형 간납업체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유통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며 “정부에 전담 부서가 마련돼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확립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공정 거래 행위 개선에 대해 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유통구조 전문화 및 법령 개정을 위한 연구를 통해 관련 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