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보험 대행청구, 업계 요구사항 아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부원장
2018.10.15 05:1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실손보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논란의 방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비급여 심사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보험료 청구 절차 간소화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국회가 보험료 청구 절차 개편 의지를 피력하자 의료계는 "정부가 민간보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간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보험사가 해당 안건을 제안한 바 없으며,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들이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간보험사들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보험연구원 이태열 부원장[사진]을 만나 보험업계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Q.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이 '실손보험금 청구 간편화'에 팔을 겉어붙이고 나섰다. 핵심은 피보험자를 대리해 요양기관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인데, 이는 실손보험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비판이 의료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너무 먼 얘기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환자의 동의없이 병원이 대신하게 된다면 보험상품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실손보험은 의사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환자가 진료비를 지불한 뒤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한다. 이때 보험사와 병원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피보험자가 아닌 요양기관이 제3자로 피험자의 동의없이 보험료 청구를 대리하게 된다면 청구체계가 바껴 보험의 성격이 변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가 따로 논의한 바도 없다.

Q. 보험업계가 이 같은 개편 방안을 원한 게 아니었나. 보험료 청구 절차 관련한 연구자료가 보험연구원에서 발표되기도 했는데
필요하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다. 보험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비급여 진료의 표준화'이다. 보험사에서는 실손보험에 대한 청구 항목이 너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최소한 표준화된 양식에 코드, 명칭 등이 같은 청구서를 받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병원마다 같은 비급여 의료행위인데도 각기 다른 코드를 사용하다보니 하나의 청구서를 판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일부 의사가 과잉진료를 하거나 문제가 있는 진단서를 발급해줘도 보험사가 그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고 문제인지도 모른 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정보가 표준화돼야 제3자인 의료기관이 보험료 대행 청구를 해도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토양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예를 든다면 화성에다 새로운 인류를 구축하는 일보다 지구 환경부터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Q. 그렇다면 의료계는 왜 정부가 보험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애초 이 문제는 문재인 케어에 의해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민간에 맡겨뒀던 비급여를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가 낮은 수가를 받아들인 대신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동의해줬다. 그런데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의료비 증가 및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며 규제 필요성이 언급되자 보험업계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처럼 비춰진 것 같다. 

Q. 대행 청구와 함께 실손보험을 심평원에 심사 위탁하자는 주장도 몇 년간 계속돼 왔다
심평원이 심사위탁 업무를 보험사를 위해 맡아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보험회사들이 그런 것들을 요구할 만큼 파워를 갖고 있었다면, 이 같은 논란이 없지 않았을까. 다만, 보험사들이 심평원의 망(網)을 활용하는 것이 비급여 표준화 작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보니 협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Q. 정부나 국회에서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으로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 갈등이 더 심화될 것 같은데  
걱정이 된다. 정부나 국회에서 진행 중인 보험업법 개정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보험업계가 원하는 것은 비급여 표준화와 같은 인프라 구축인데, 정부나 국회가 너무 앞서 나가면서 청구 대행, 심사 위탁 등을 논하니 의료계 반발만 커져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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