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 끝까지 함께 해준 직원들에 감사'
서영성 계명대 동산병원장
2020.10.21 17:55 댓글쓰기


신천지 대구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되던 금년 2월부터 대구 시민과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켜낸 주역이 있다. 대구 중구 동산동에 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돼 6월14일까지 역할을 수행하며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했다. 특히 대구동산병원과 성서에 있는 동산병원, 두 곳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투입된 의료진은 총 429명이지만 의료진 감염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데일리메디는 코로나19 방역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곳에서 24시간 불철주야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서영성 대구동산병원장을 만나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지난 8월 4일 감염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고 일반진료를 시작했다. 166일 간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해 치료했는데 일반진료를 시작한 소감은
A. 폭발하는 재난적 위기상황에서 우리 지역사회 대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우리 병원 직원들 마음에 있다. 반면 일반진료를 시작했을 때 혹시 사람들이 우리 병원에 대해 코로나19 환자들만 치료하는 병원, 일반환자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 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까봐 우려했다. 하지만 막상 일반진료를 시작하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우리 병원을 찾았다.
 
Q. 우리나라에서 처음 겪는 감염병 상황을 지휘했는데
A. 코로나19 사태는 전국 모든 의사들이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했던 의사들은 다들 곤란했을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전담병원 지정됐던 우리 병원 의료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랑과 봉사, 희생, 헌신이라는 병원 설립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우리 의료진은 현장에 용기있게 뛰어들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Q. 원장님은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는데
A. 지역사회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대구시에서 오죽하면 우리 병원에 코로나19 감염전담병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을까. 우리 병원의 경우 성서에 있는 모(母)병원이 뒷받침을 해줄 수 있으니 이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이전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지역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서는 게 병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이 안 나서면 안되는 상황에서는 이유불문 나서야 하는 것이다.
 
Q. 대구 시민들이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켜 대구시 일일 신규 확진자 0명 기록 등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최근 서울에서 온 코로나19 전파자로 인해 대구에서도 확진자들이 소규모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A. 방역 혹은 경제 중 어디에 치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볼록해지는 풍선효과가 있어 코로나19 재유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우리 병원이 다시 병상들을 비워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철저한 교육과 솔선수범 헌신적이었던 수간호사들 덕분"
"코로나19 전담병원 이미지 우려했지만 일반 환자들 거부감 없이 진료 내원"
"지역사회 위기였지만 무조건 참여해서 환자들 돌보는게 동산병원 설립 정신이고 의료진 책무"
'코로나19 환자 1067명 치료했지만 의료진 감염 0명, 감염 예방교육 매우 중요"


Q. 모든 게 처음 겪어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을텐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A. 감염 위기 상황에서 누가 먼저 뛰어들 것인가,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다른 사람들도 안심하고 치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 병원에는 원래 감염 관리실 및 감염 관련 교수가 있어 전체 직원들에게 감염 예방교육을 철저히 시켰다. 교육을 시켰어도 당시에는 많은 직원들이 두려워했다. 이때 수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먼저 나섰고, 감염과 관련해 아무 문제 없이 일주일 간 치료를 이어나가자 이를 본 다른 간호사 및 직원들도 용기를 갖고 치료에 나섰다. 당시 누구에게나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솔선수범한 수간호사들이 있었기에 우리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Q. 당시 의료진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을 텐데
A. 사람들을 모아 격려 등을 전달할 여유가 없었다. 2월 21일 오후에 코로나19 환자 2명이 중환자실에 왔고, 바로 다음 날에는 51명이 들어왔다. 직원들을 강당에 모아서 “코로나19 감염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오늘부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던 일반환자들을 다 이전시켜야 합니다”라고 전달했을 때 분위기는 굉장히 안 좋았다. 몇몇 간호사 및 직원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병원에 끝까지 남아 코로나19 환자들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원들의 솔선수범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외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도 그렇게 훌륭하게 잘 해내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Q. 최근 많은 의료진이 번아웃을 겪거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에서는 방역 인력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있는지
A. 우리 병원의 경우 위험수당에 대한 지급은 이미 모두 완료했다. 외부에서 여러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해주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아직 지원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병원이 직원들에게 지금 해줄 수 있는 것은 감염 예방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과 함께 교대 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일정 근무시간을 보장해주는 것 등이다.
 
Q. 원장님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강조하고 있다

A. 감염 예방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하지 않으면 감염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감사한 부분은 우리 직원들이 한 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안전하게 위기 상황을 버텨왔다는 것이다. 이 기록이 없었다면 직원들에게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라고 쉽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 병원은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도록 교육하고 있고 더불어 철저히 점검한다.
 
Q. 절대 이런 일이 재발하면 안된다. 하지만 대구에서 만일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면 대구동산병원이 다시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게 되나? 병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클 것 같은데
A.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우리 대구동산병원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도 우리 병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병상 145개를 비워놨다. 또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했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우리 병원이 코로나19 경증환자, 대구의료원이 중증환자, 나머지 대학병원 다섯 곳이 증상이 심각한 환자들을 치료하도록 역할 분담이 돼있다.
병원 입장에서 지난 2월에 했던 것처럼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시에는 병원 본관 전체를 다 비우고 코로나19 병상을 465석까지 늘렸다. 이때 최고 395명까지 입원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절대 안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